[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8일 오전 11시6분
롯데건설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1500억원어치 회사채를 자체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8일 “롯데건설이 내달 6일 만기인 1500억원 규모의 4년 만기 회사채(롯데건설107)를 차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공 능력 평가 순위 7위인 롯데건설은 지난 6월 말 기준 606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기관투자가의 높은 수요 속에 3년 만기 회사채 1300억원을 발행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발행 예정 금액의 1.5배에 가까운 1860억원이 몰렸다. 한 증권사 채권 발행 담당 임원은 “지난 4월엔 고금리 회사채에 목말라하던 한 연기금과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모집액을 채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수요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올 2분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가 총 4조7000억원대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발표한 이후 투자자들이 수주업종 기업 실적에 대해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수주업종 기업들은 고금리를 제시해도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를 찾기 힘든 상태라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도 롯데건설과 비슷한 이유로 이달 26일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회사채(삼성중공업90-1)의 차환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수주업종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3사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7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15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8곳은 채권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AA-’ 이상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수주업종 기업을 비롯해 실적 변동 가능성이 큰 회사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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