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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호황에 '단비'만난 철강업계 "철근 없어서 못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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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국내 수주 45% 늘어
올해 판매 1000만t 웃돌 듯

제강사들 시설보수 미루고 공장 풀가동해 물량 공급
포스코도 시장진출 검토

중국산 철근 수입 늘어나 "반짝 호황 그칠 것" 분석도



[ 김보라 기자 ] 불황에 시달리는 철강업계에 철근이 ‘가뭄 속 단비’가 되고 있다. 올 들어 아파트 건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용 철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철근 판매량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1000만t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말 기준 철근 재고량(19만t)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몇 달째 ‘철근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다. 철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제강사는 지난달로 예정했던 시설 보수 일정을 연기하고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철근을 유통하지 않은 포스코도 내년부터 철근 판매 계획을 세우고 KS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업 호황에 철근 판매 증가

철근 판매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주 수요처인 건설업 호황이다. 올 7월까지 건설업계 국내 수주액은 84조2000여억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駭? 올해 철근 판매량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100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가격도 오름세다. 올 3분기 건설업계에 공급하는 철근 가격은 t당 60만원으로 동결됐지만 유통업체 공급가격은 2분기(t당 53만원)보다 8만원가량 오른 t당 61만원 선에서 형성됐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경기 호조로 철근시장만 이례적으로 호황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철근가격은 5월 초 저점 대비 13.5% 상승했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철근가격은 같은 기간 16.3% 하락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올 들어 설비 보수 공사를 미루는 등 철근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로 예정했던 충남 당진 철근공장의 보수 일정을 이달로 연기했다.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내 제강 라인의 보수 일정을 한 달가량 늦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여름철이 철강업계 비수기인 데다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7~8월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설비 보수를 해왔지만 올해는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내년 철근시장 진출

국내 철근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철근을 유통하지 않은 포스코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 법인(베트남비나)에서 생산한 철근을 국내로 들여와 이르면 내년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7일 한국표준협회에 KS인증을 신청하고, 베트남 공장 실사도 마무리지었다. 한국표준협회는 초기 품질, 가격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 KS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포스코는 과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건립 공사에 RH형강을 생산해 납품한 적이 있지만 철근을 국내 시장에서 유통하려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선박을 만드는 후판, 자동차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주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근의 개별 판매가 아닌 건설사 대형 프로젝트 수주 때 패키지 형식으로 공급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물량은 전체 철근시장의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철근시장 점유율은 현대제철이 27%로 가장 높고 동국제강 22%, 대한제강 12%, 한국철강 10% 순이다.

중국산 급증…‘반짝 호황’ 우려도

철근 호조세가 ‘반짝 호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사 미분양 주택 수가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철근 수입량마저 급증하고 있어서다. 8월 철근 수입량은 18만8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6% 급증했다. 특히 위안화 절하 여파와 경기 침체로 중국 대형 철근 제조사의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7월 중국산 철근은 전년 동기 대비 188% 많은 13만2400t이 들어왔다. 중국산 철근은 지난달 1~12일에도 3만8000t이 유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늘었다.

중국산 철근이 국내에 들어오는 양이 늘어나면 국내산 철근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산 철근 시세는 국내산보다 t당 10만원 정도 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 철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물지 않는 부적합 철근을 여러 경로로 수입하고 있다”며 “저가 철근이 밀려오면 한국산 철강은 또다시 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국내 건설 현장에 부적합 철근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근 원산지 표시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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