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기업인 국감 증인 채택'사라질까
새누리 "무분별 기업인 호출 막고 책임감 높여야"
새정치연합 "증인 채택 반대한 의원 이름도 공개"
[ 유승호/은정진 기자 ]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채택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증인 신청 실명제’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가 아닌 기업인 등 민간 증인을 신청할 경우 어느 국회의원이 어떤 이유로 신청했으며 얼마나 성실하게 질의했는지를 공개해 책임감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정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한 국회의원이 해당 기업의 집중 로비 대상이 될 수 있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어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증인 신청 실명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8일 정기국회 대책회의에서 “민간 기업인은 직접적인 국감 대상이 아닌데도 기업인 증인 채택 문제로 상임위원회마다 진통을 겪고 있다”며 “증인 신청 실명제를 적용해 신청한 의원과 이유를 공개하는 것이 민간 증인 신청 남발을 막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업인을) 불러놓고 몇 초만 질문하거나 ‘네, 아니오’ 식의 답변만 요구하는 것은 후진적 행태”라고 덧붙였다.
실명제를 도입하면 무분별한 증인 채택은 물론 국회에 출석한 기업인에게 제대로 질의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무책임한 행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회는 이날까지 기업 총수와 임원 등 70여명을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책임감 있게 증인을 채택하고 국감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라며 증인 신청 실명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는 민간 증인을 신청한 의원과 신청 이유를 기록해 보관하지만 일반인에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상임위별로 최종 채택된 증인 명단뿐이다.
각 상임위 여야 간사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의원별 증인 신청 내역을 알지만 관행상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는다. 여야 간사 의원들도 상대 당의 의원별 증인 신청 내역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각자 자신이 속한 정당의 증인 신청 명단을 취합해 상대 당에 넘겨줄 뿐 어느 의원이 누구를 증인으로 신청했는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은 증인 채택에 반대한 의원 이름도 공개해야 한다며 실명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여당은 증인 신청 실명제를 제안할 자격이 없다”며 “야당이 신청한 증인을 제대로 받아주기라도 하고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의원별 증인 신청 내역이 공개되면 해당 의원을 대상으로 기업인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한 로비가 심해질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업들이 더 직접적으로 로비할 가능성이 높고 증인 신청이 위축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되는 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명제가 증인 신청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오히려 로비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의원은 “어느 의원이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최종 채택하지 않으면 로비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실명제가 도입되면 증인 신청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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