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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화려한 8천억대 문화시설…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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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0년 만에 개관했지만 콘텐츠·운영 인력 부족
시민들 외면 우려

김보영 문화스포츠부 기자 wing@hankyung.com



[ 김보영 기자 ]
“전시 방향이 막판에 바뀐 탓에 우리들(해외 작가들)은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공식적으로 전시 준비를 시작한 게 지난 6월 중순부터니 무척 짧은 기간이 주어졌죠.”(안젤라 멜리토풀로스 코펜하겐 왕립미술아카데미 교수)

정부 예산 800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규모 문화시설인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개관 초기부터 콘텐츠와 운영,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에 개관하는 ‘매머드급’ 전당인데도 충분한 준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수요와 동떨어진 문화콘텐츠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 중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이나 예술의전당(12만8000㎡)보다 큰 아시아문화전당(16만1237㎡)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지다. 患瑛?‘아시아’와 ‘동시대’를 키워드로 자체 제작·기획한 양질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막 공연·퍼포먼스부터 현학적이어서 관람객의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예술극장 개막작), ‘퍼포먼스 아트:몸/행위의 크로노토프’(문화정보원의 아카이브 하위 카테고리) 등 실험성 짙은 공연은 광주 비엔날레를 답습하는 듯한 콘텐츠로 채워졌다.

향후 콘텐츠 확충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문화시설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의 공연시설인 예술극장만 해도 자체 제작 시스템을 내세웠지만, 앞으로 개막작 수준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예술성만 강조하면 지역 수요를 맞춰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5년 후 운영주체 미정

운영인력 부족은 개관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전당 운영인력은 정규직 96명 등 250명이다. 정부 용역을 통해 추산한 적정 운영인력 400명에 크게 못 미친다. 방선규 아시아문화전당장은 “처음부터 넉넉하게 시작하기 어려워 일단 운영해보고 추후에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운영비가 800억원에 달하지만 5년 후 어느 기관에서 전당을 운영할지도 알 수 없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전당의 운영주체는 국가다. 하지만 한시법이어서 5년 이후에는 주체가 불분명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민주평화교류원을 둘러싼 5·18기념재단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당은 옛 전남도청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황실과 방송실 등까지 개조해 재단의 반발을 샀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전당 측에서는 예술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일부 역사적 장소는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 요구를 전당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 사업의 자문을 맡았던 문화예술계 핵심 관계자는 “전당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 철학의 부재”라며 “전당의 운영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일단 개관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임기응변식 운영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김보영 문화스포츠부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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