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금융부 기자) 요즘 은행연합회 노조가 며칠째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전(全) 금융회사의 신용 정보를 관리할 신용정보집중기관을 만들어 관장하겠다는 것에 대한 항의입니다.
‘빅브라더’의 출현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은행연합회가 맡고 있던 신용정보 관리업무를 뺏길 것이란 우려가 시위의 배경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권 신용정보는 은행, 보험, 여신전문업 등 각 업권별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할 이유도 없었고, 법적으로도 특정 업권 중 한 곳이 정보를 갖고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권의 모든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국회는 신용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내년 3월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은행연합회는 그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보험을 제외한 금융업 일반신용정보들을 관리해왔습니다. 따라서 은행연합회는 ?더 체계적인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생긴다면 그건 당연히 은행연합회 소속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취임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이 사안에 대해 노조와 약속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중립성입니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각 금융협회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구입니다. 보험사의 사고 정보 등 민감한 것들까지 관리하는 곳이어서 은행연합회가 이를 담당한다면 다른 업권에서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금융위는 만일 은행연합회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면 내년 3월 은행연합회의 기존 신용정보 관리업무에 대한 재인가를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신용정보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과 무관하게 은행연합회 업무도 인가 사항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서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 회장으로선 노조의 편을 들자니 금융위에 밉보이고, 그렇다고 금융위 말을 듣자니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양측은 일단 9월 국정감사를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연합회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 금융위를 ‘빅브라더’로 비판할 태세입니다.
국정감사로도 양측의 대결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서로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위는 얼마 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위상과 관리해야 할 신용정보의 범위, 조직 예산 등을 의결하면서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장을 은행연합회장이 맡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발 물러선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은행연합회가 핀테크 등 새로운 업무를 추가하는 것을 금융위가 묵인해 주는 형태로 대립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신용정보 관리업무를 뺏기는 대신 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야할 일만 없애주는 선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