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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전 이미 공급과잉 경고…일본 유화업계, 선제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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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본 정부, 지난해 구조개혁 촉구

스미토모 공장 중단 이어 타업체도 합종연횡 바람

공동 출자로 회사 통합 시 법인세 연기 등 당근책도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 서정환 기자 ] 도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반 정도 거리에 있는 지바현. 1960년대 철강과 석유화학 등 일본 중화학공업의 고도성장을 이끈 곳이다.

지바에 공장을 둔 스미토모화학은 지난 5월 연산 41만5000t 규모 에틸렌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의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는 이 회사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전년 대비 51% 증가한 521억엔(약 5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향후 에틸렌 공급 과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스미토모화학뿐 아니라 이 일대 정유와 석유화학 10여개사는 지방자치단체인 지바현과 공장결합(콤비나트) 재편을 위한 협의회를 설립하고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한발 앞선 日 정부의 경고

일본 석유화학업계가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수급 악화에 대한 업계 내 우려도 있鄕嗤?일본 정부의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1월7일 일본 정부는 미쓰비시, 미쓰이 등 석유화학업체에 과잉 설비 감축을 요구하는 6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야자와 요이치 경제산업상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 개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 기자들에게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은)석유화학 업종은 그냥 두면 공멸한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시기적으로 늦어서일까. 윤 장관 발언의 수위가 좀 더 강한 게 차이라면 차이다. ▶본지 9월4일자 A1·10면 참조

일본 정부의 보고서는 석유화학 주력 상품인 에틸렌의 일본 내 생산량이 2020년 최대 23%(140t)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내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가격이 싼 외국산 제품에 떠밀려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과 중동에서 최신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셰일가스를 이용한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수급 악화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에 똑같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한국보다 10개월 앞서 경고를 받은 일본 석유화학업계는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스미토모화학뿐 아니라 아사히화성도 내년 4월 미쓰비시화학과 공동 운영하는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공장의 생산을 멈출 예정이다.

지바현에서는 여전히 미쓰이화학, 이데미쓰코산, 마루젠석유화학 등의 4개 에틸렌 공장이 가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 간 합종연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경쟁력강화법 구조조정 촉진

일본 정부가 업계 구조조정을 재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간 산업경쟁력강화법 덕분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동향을 점검해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업종을 공표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했다. 사업 통합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석유화학뿐 아니라 정유, 판유리 업종에 대해서도 과잉설비 감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부나 지자체도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공동 출자로 회사를 통합할 경우 통합법인은 법인세 이연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바현은 환경규제 완화, 공업용수 가격 인하, 기업 재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다카하시 유키 지바현 산업진흥과 과장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며 “지바현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한번 공급 과잉의 ‘회오리’에 휘말리면 수익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뒤늦게 팔려고 나서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 정부와 업계의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부러운 이유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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