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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재해석 (6)] 스윙은 말로 가르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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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재해석 (6)

지적은 '생각'하게 만들어
집중력 떨어뜨려 스윙 망쳐
'느낌' 전하는게 좋은 레슨



골프 스윙을 말로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가 배운 모든 운동, 우리가 가르친 모든 운동이 말을 매개로 배움과 가르침이 일어났는지 잠시 생각해 보자.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칠 때 말로 가르쳤나. 아이는 말을 모르는데. 수영, 줄넘기…. 모든 운동은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레슨이 이뤄진다. ‘걷다’를 말로 설명해 보라. ‘기다’ 혹은 ‘박박 기다’ ‘슬금 슬금 기다’를 말로 설명해 보자. 가능한가? 화학 원소기호와 같이 기본적인 동사는 쪼개고 나눌 수도 없고 설명할 수 없다.

운동이 언어 이전의 것이기에 그렇다. 인류의 언어가 발달하기 훨씬 전에 운동은 존재했다. 동물들은 언어가 없더라도 운동을 하며 살고, 새끼들에게 운동을 전수한다. 운동을 배우고 가르치는 기본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줄넘기를 어떻게 배웠는지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보라. 제자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그냥’ 배웠다고 답한다. 그냥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줄넘기를 보고 따라 했다는 것이고 흉내내기를 했다는 의미다. 운동을 가르치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은 ‘느낌’이다. 그러니 헤드 업을 하지 마세요! 스웨이를 하지 마세요!라고 말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헤드 업을 하지 않는 스윙을 보여주면서 따라 하게 하든가, 아니면 헤드 업이 안 된 상태에서의 스윙이 갖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스웨이도 마찬가지다.

운동은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좌뇌의 영역이다. 좌뇌는 개념의 뇌, 판단의 뇌, 이성의 뇌이면서 문자의 뇌다. 우뇌는 본능의 뇌, 감성의 뇌, 영상의 뇌, 창조의 뇌 그리고 운동의 뇌다. 운동은 우뇌가 하는 것이고 직관이 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이다. 밥을 먹거나 운전을 하거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한다. 만일 일상의 모든 운동을 의식이 통제하려 든다면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스윙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의식적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새롭게 배우는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무수한 반복이 전제돼야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하나의 동작이 1만번 정도의 반복과정을 거치면 무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천천히 스윙하세요, 살살 치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팔을 펴세요…. 모든 지적의 폐해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생각을 하는 좌뇌는 후천의 뇌라고도 하고 문명의 뇌라고도 한다. 그에 비해 선천의 뇌, 동물의 뇌라 할 수 있는 우뇌는 인류의 생존과 더불어 오래도록 발전해 온 뇌다. 용량으로 비교하자면 좌뇌가 데스크톱 정도의 컴퓨터라면 우뇌는 슈퍼컴퓨터급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운동 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탁월하다. ‘생각의 방해’ 없이 ‘느낌’ ‘직관’ ‘본능’ ‘무의식’이 골프 스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레슨하는 사람들의 과제다.
‘따라 하세요’ ‘느껴지세요?’라고 말하는 프로가 좋은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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