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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매수 기회…5년 이상 갖고 갈 기업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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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이사

"중국의 위기는 한국 대기업엔 기회
헬스케어·고부가 화학·유통주 매력"



[ 허란 기자 ] “중국 증시 불안이 증폭된 탓에 ‘좋은’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크게 빠져 저가 매수 기회가 생겼습니다. 5년 이상 보유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서 살 때입니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이사(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널리스트나 증권사가 시장을 제대로 예측한 적이 없다”며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기업을 계속 보유하는 것만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는 1999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국민연금 주식운용본부를 거쳐 2007년부터 프랭클린템플턴에 합류했다.

시장의 부침에 휘둘리지 않고 5년 이상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방법이 관건이다. 오 이사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를 유지하고 경영진이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공유하는 곳이 좋은 기업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헬스케어와 편의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의 의류주 등이 저가 매수 기회”라며 “화학 업종 내에서 고부가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유가가 안정화되면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가 운용 중인 ‘프랭클린 중소형주 자투자증권(주식)’은 최근 조정세를 꿋꿋이 견디며 수익률 상위권에 단숨에 올랐다. 이 펀드는 지난 27일 기준 3개월 수익률 9.65%를 기록하며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설정액은 236억원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다.

▷최근 국내 증시 조정세에 선방한 비결은.

“4월 이후 주도 성장주들은 펀더멘털(실적)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이 모두 과도하게 높았다. 어떤 산업이든 연 40~50% 실적 성장을 지속하긴 어렵다. 따라서 주도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장기 경제성이 높은 저평가주 비중을 늘린 것이 이번 코스닥 급락 과정에서 방어 역할을 했다.”

▷성장주가 예전만큼 상승하긴 어렵나.

“이제는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과거 NHN도 분기별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감소했을 때 주가가 60% 급락했지만 이후 꾸준히 올랐다. 헬스케어와 화장품주도 이번 조정이 ‘약’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투자 기회는.

“바닥을 다지는 기업 가운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이 많이 있다. 화학업종에서도 고부가제품 비중을 높여가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유가 상황에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유가가 안정되면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편의점주와 ODM 의류주도 실적 성장이 꾸준할 것이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인가.

“좋은 기업들이 중국발 악재로 주가가 빠져 있어 저가매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계속 불어나는 만큼 원칙적으로 주식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5년 이상 보유할 주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봐야 한다. 수익성은 ROE가 15% 이상을 유지하는지 살펴야 한다. 성장성은 사업 모델이 독점적인지, 기술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기술특허와 브랜드 가치, 네트워크효과, 규모의 경제 등으로 따져볼 수 있다.”

▷최근 장이 반등했다. 추세적 반등세로 보나, 아니면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고 본다. 중국 증시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는데, 사실 중국의 위기가 한국 대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경제 비관론의 근저에는 ‘중국에 다 뺏긴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중국신화가 깨지면 한국 대기업 제조업체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은 어느 정도 벗겨질 것이다. 기계섹터에서 항공기 제조업, 방산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제일모직도 바이오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삼성SDS,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섹터가 분포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지 않을까.

“미국 금리인상 국면에서 한국은 신흥국이 아니라 마지막 선진국으로 대접받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외화보유금액이 많고, 과도한 부양정책을 쓰지도 않았다. 기업들은 투자도 ??안 했다. 경제 전반에 거품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자금이 크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를 뒤엎을 만큼 빠져나갈 것도 없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기업들은 어렵지 않을까.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 수혜주는 반드시 중국 피해주가 된다. 화학 정유 자동차 등 과거 중국 수혜주 중 피해주가 안 된 적이 있었나. 오히려 중국 의존도가 줄어드는 게 한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길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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