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부, 잇단 남북관계 개선의지 표명
남북관계 복원 통해 국제사회 고립 탈피 노린 듯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 해임…지뢰 도발 책임자 경질?
[ 장진모 기자 ] 북한 최고지도부가 최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 이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 고위급 접촉의 북한 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에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사진)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이번 남북 고위접촉과 관련해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스스로 8·25 합의가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계기라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며 “북한이 합의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황 총정치국장은 지난 2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를 마련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틀 뒤 대남정책의 총책인 김 비서는 “고위급 접촉의 합의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28일(보도 날짜)에는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번 합의를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했다. 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최고지도부가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벗어나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대미 관계, 대일 관계를 개선하려면 남북관계 복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란 얘기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권력구조 측면에서는 공고화돼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남은 과제는 경제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지뢰도발에 대해 주체를 명시한 유감표명을 하면서도 대화의 틀을 깨지 않고 협상에 임한 것도 이런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해임됐다는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와 관련해 김정은이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을 주도한 책임자를 해임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구체적인 인사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지뢰도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군사위 위원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해임되거나 좌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 대표단이 북한에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만약 김정은이 김영철을 해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상당히 ‘성의 있는’ 조치를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희망적인 해석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중앙군사위 인사가 지난 4월 숙청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중앙군사위원에서 명단을 빼고 신임 위원을 임명하는 차원의 단순한 조직 재정비라는 해석도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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