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반도체공장 유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도시'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공사인력 위해 주차장 무상제공
최태원 회장 석방환영 현수막…신공장 유치운동 8년만에 성과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 건설현장
"외부 인력·장비 쓰지마라"…타지역 건설장비 출입 방해
서울 삼성 본사까지 원정시위
[ 남윤선 기자 ] 지난 25일 신공장(M14) 준공식이 열린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본사. 박근혜 대통령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의 가동을 축하했다. 이 중에는 이천시민 6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2007년 시작한 신공장 유치운동이 8년 만에 성과를 본 것에 그 누구보다 감격해했다.
같은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는 8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인 이들은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평택공장에 평택지역 건설장비와 인력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택 공사 현장에서 다른 지역 건설장비의 출입을 가로막기도 했다. 세계 1, 2위 메모리반도체 회사의 공장을 유치한 평택시와 이천시의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투자 막는 규제 없애라고 시위한 이천시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중반 이천에 공장 증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구리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이천시 조례에 가로막혔다. 할 수 없이 충북 청주에 공장을 지었다. 이를 본 이천주민들이 나섰다. 이들은 2007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불합리한 환경 규제를 없애라”고 시위를 벌였다. 시민 300여명이 서울로 올라가 삭발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천시는 2010년 기존 공장에서 구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2013년엔 신설 공장에 대한 규제도 풀었다. 그러자 SK하이닉스는 신공장 부지로 이천을 선택했다. 이것이 25일 완공한 M14다.
부지가 확정된 뒤에는 건설이 빨리 이뤄지도록 지역 주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공사 인력들의 주차 공간이 부족하자 이천시 대흥1리에서는 대월체육생활공원을 주차장으로 무상 제공했다. 공사 과정에서 인근 마을에 수시로 공사차가 드나들며 적잖은 불편을 겪었지만, 주민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이천시도 2013년 녹지지역이었던 가좌지구 36만㎡를 일반 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며 SK하이닉스를 지원했다. 올초에는 이천시내 곳곳에 ‘이천시 발전을 위해 SK 최태원 회장 사면을 촉구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에게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줘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조병돈 이천시장도 M14가 완공되자 “SK하이닉스는 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이천의 기업”이라며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이천 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평택 장비만 쓰라’고 시위하는 평택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 평택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15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하지만 상황은 이천과 판이하게 달랐다. 공사도 시작하기 전에 평택건설장비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평택시민 지역경제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딴죽을 걸었다.
이들은 평택 공장을 건설할 때 △평택지역 인력과 건설기계를 100% 우선 사용하고 △건설공사 현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출입증을 발급해주며 △건설장비의 안전기준을 완화해 평택지역 업체가 공사를 수주토록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나섰다.
공사장 곳곳에 ‘평택에서 타지역 장비, 근로자 업체들이 일을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등 현수막을 내걸고 다른 지역 건설장비의 출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최근엔 오물을 던지는 시위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25일엔 서울 삼성전자 본사까지 원정시위를 가기도 했다. “삼성전자 공장을 위해 기반시설정비 등을 해줬으니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업체와 인력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천억원짜리 장비가 들어갈 공장 건설을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에 맡길 순 없다”는 삼성의 설명은 들은 척도 안 한다고 한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4 준공으로 55조원의 생산유발과 21만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평택공장이 완공되면 41조원의 생산유발과 15만명의 고용창출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천은 이제 그 과실을 보게 됐지만, 평택은 그 과실을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천/평택=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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