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롯데리아, 베트남서 축구대회 개최
지역사회 관심 높아 호감도 상승
작년 매출 681억…신장률 40% 육박
CJ·대우인터내셔널은 현지 지도자 파견
기업 이미지 높이고 사업 기회 확대
[ 유정우 기자 ]
“순서표를 받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 시내 롯데리아 매장. 입구에는 축구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50여명의 대열이 이어졌다.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은 신청마감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롯데리아 챌린지컵 축구대회’ 출전을 신청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었다. 학교를 마치자 마자 어머니 손을 붙들고 매장으로 곧장 달려왔다는 아홉 살 응우옌꽝빈 군은 “올해는 꼭 우승해서 우리 동네에 축구장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롯데리아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약 681억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40%가량 성장한 결과로 이익도 최근 3년새 2배 이상 늘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혁신적 메뉴, 공격적인 영업점 확대와 더불어 대중성이 강한 스포츠 종목을 통한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이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동질감을 이끌어 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공동의 가치를 높여주는 스포츠 CSV 활동이 해외 시장 개척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 선수를 후원하고 광고판에 상표를 노출시켜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 방식은 옛말이다. 스포츠 CSV 활동은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달성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선순환 체계를 조성해 주기 때문에 해외 시장 개척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스포츠의 공익성과 사회통합성 등이 브랜드에 전이돼 ‘착한 기업’ 이미지가 마케팅에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선순환 효과 ‘톡톡’…매출도 증대 ‘일석이조’
경기력만 따진다면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 ‘3강(한국 일본 중국)’에 못 미친다. 하지만 자국 내 열기만 놓고 본다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은 2013년부터 하노이, 호찌민, 껀터, 다낭, 하이퐁, 응에안 등 6개 도시를 순회하며 ‘롯데리아 챌린지컵’을 열고 있다. 전국 100여개 학교와 50여개 클럽 팀이 출전할 만큼 인기가 높다. 국민적 축구 열기 덕분에 창설 2년 만에 베트남축구협회와 문화체육부의 요청으로 롯데리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베트남 내 최고 유소년 축구대회로 자리 잡았다.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우승 팀 지역에 축구장을 지어주는 것. 단순히 우승컵과 상금만 전해주는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축구를 통해 지역민들이 화합하고 꿈과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자는 뜻에서다. 현지 반응도 좋다. 대회 기간 경기장 주변엔 참가팀과 가족들은 물론 신문 방송 등 20여개 현지 매체가 총출 옳?장관이 펼쳐진다.
롯데·롯데리아 스타디움 주변 상점들의 매출은 경기장이 생긴 뒤 두 배 이상 커졌다. 선수 출신 지역주민 10여명은 축구장 관리와 지도, 대관 업무 등을 맡으며 새로운 일자리도 찾았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681억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크고 작은 스포츠 CSV 활동을 펼쳐온 최근 3년 새 이익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 축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라이벌 기업을 돌려세우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스포츠 강국 ‘코리아’…지도자 파견 지원 인기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스포츠 CSV 활동을 펼친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지 법인을 통해 미얀마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등과 함께 박성화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현지에 파견했다. 미얀마 정부 고위 관계자가 ‘2013 시게임(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축구 종목에서 좋을 성적을 내고 싶은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대우인터내셔널 현지법인에 지도자 파견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던 것. 대우인터내셔널은 2년여간 박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연봉과 체재비 등 5억원 규모를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얻는 동시에 정부 사업을 수주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태권도 금메달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스포츠 CSV 활동으로 이뤘다. CJ는 2012년부터 베트남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국내 우수 코치진 파견 사업을 추진했다. 팀 후원과 감독 파견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13년 베트남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경기 대회에서 5개(금 1개, 은 3개, 동 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현금이나 물품을 지원하는 단편적인 후원에서 벗어나 국민적 열망이나 지역 특색에 맞는 스포츠 종목을 지원함으로써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에너지가 선순환될 수 있는 스포츠 CSV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탁월한 현지화 전략인 데다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찌민=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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