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113>
사람들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더 즐기려고 한다. 이런 현재 편향적 본능 때문에 인간은 진화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번 돈을 당장 교육비, 여가비 등으로 쓰고, 노후 준비는 그 다음으로 미루는 게 당연한 의사결정일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효용을 위해 맘껏 돈을 쓰고 난 뒤 소득원이 없어지거나 줄어든 상태에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국민의 노후 준비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강제적 사회보험제도인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임금의 8.3%나 되는 재원으로 매년 조성한 퇴직금이 주택 구입, 자녀 학자금 등으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관행을 깨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뜻에서다.
적립해 둔 재원을 일시에 인출하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더 유리한 세제정책도 쓰고 있다. 또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투자 제한을 완화했고, 향후 퇴직연금제도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정부가 여러 가지로 공을 들여 확산하고자 하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가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를 대비하는 중추적 연금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퇴직연금 가입률은 전체 사업장 수 대비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수급자(퇴직연금 수급 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가 퇴직금을 연금 형태가 아니라 일시금으로 받는 비율은 96.9%(2015년 3월 기준)에 이른다. 금액만 놓고 따져보면 무려 99.1%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다. 갈수록 길어지는 노후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인 것은 모두가 안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 후 일정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다. 현재 편향적인 본능 때문에 무작정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선 곤란하다. 정부가 아무리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도록 장려하더라도 근로자의 성향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퇴직연금 도입 10주년을 맞아 당초 도입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정부는 수급자들이 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고 있는지 정책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개인들은 노후 준비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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