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노릇한 종목들 증시 급락에 자동 손절매 당해
현대인베스트·IBK중소형주 등 인기 펀드 15~20% 손실
주말 미국증시 하락에 더 떨어질라…편입 종목 빠르게 재편할 듯
[ 안상미/송형석 기자 ]
코스닥지수가 4.52% 폭락한 지난 21일.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펀드에 편입한 주요 종목들이 하루 새 10% 넘게 하락하면서 지난 석 달간 거둔 수익을 순식간에 까먹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효자 노릇을 했던 종목 중 상당수가 로스컷(편입 종목 중 20~30% 가격 하락 시 자동 매도)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도 매니저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중소형주 ‘천당’에서 ‘지옥’으로
중소형주 펀드는 이번 폭락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품 중 하나다. 올 상반기에만 20~30%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이번 폭락으로 그동안 얻었던 수익 대부분을 반납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0개 중소형주 펀드의 지난 20일 기준 최근 한 달 손실률은 12.34%다.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 비중이 높다 보니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평균 손실률 6.89%)보다 ‘마이너스’의 폭이 컸다. 코스닥지수가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21일의 수익률이 반영되면 펀드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개별 펀드 중에는 지난 한 달간 21.20%의 손실을 낸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2만원 이하 저가주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이 약세장을 맞아 수익률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펀드의 주요편입 종목(5월 말 기준)인 녹십자셀(최근 한 달 손실률 29.59%), 씨젠(32.23%), 사조씨푸드(27.79%) 등이 지난 한 달 동안 30% 가까이 급락했다. ‘IBK중소형주코리아’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등 고수익으로 주목받던 다른 중소형주 펀드들도 15~20%대 손실률을 기록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시장이 앞으로 상당 기간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조정받고 있는 만큼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미국 중소형주와 기술주들의 주가를 보여주는 나스닥지수는 지난 20일 2.82% 떨어진 데 이어 21일에도 3.52% 급락했다. 강태신 KB투자증권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은 “외부에서 시장 전망을 묻는 전화가 와도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중소형주 펀드가 새로 담을 종목은
증권가에선 중소형주 펀드의 포트폴리오(보유 종목군)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주 펀드 편입 종목 중 상당수가 로스컷에 걸려 기계적으로 팔렸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주 펀드 매니저는 “중소형주들의 로스컷 이후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져갈지를 결정하기 위해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비상대책회의를 했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장 분위기에선 어떤 결정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중소형주 담당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나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우량 중소형주를 사들이는 것 이외엔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펀드 런(펀드 자금 무더기 이탈)’ 사태가 빚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코스닥지수가 4% 이상 떨어진 21일 자산운용사들은 코스닥시장에서 111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안상미/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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