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전세금 쓴 1억이 유죄 판단 결정적 근거
최종 선고까지 5년 끌어 의원 임기 다 채워준 법원
[ 양병훈 기자 ]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첫 여성 국무총리를 지낸 한 의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첫 전직 총리로 기록되게 됐다. 여성운동가로 출발해 의원, 장관, 총리까지 지낸 한 의원에 대한 재판이 법원의 기소부터 최종 선고까지 5년 이상을 끌면서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대부분 채우게 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원직 상실한 한명숙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20일 확정했다. 한 의원은 이날 의원직을 잃었다. 검찰은 21일 한 전 의원을 소환해 수감할 예정이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10년 동안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한 전 의원은 2007년 3~8월 한 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8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검찰 조사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로 뒤집었고, 대법원은 이를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세 차례 정치자금 중 첫 번째 3억원은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로 유죄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 전 대표가 조성한 1억원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점 등을 봤을 때 사실로 인정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6억원가량을 더 받은 것에 대해서는 8(유죄) 대 5(무죄)로 의견이 갈려 다수결에 따라 유죄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를 모함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한신건영의 비자금 장부 등이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기소 1858일 만에 종결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은 검찰이 한 전 의원을 기소한 지 1858일 만에 나왔다.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이번 사건은 처리기간이 세 배 이상 길었다. 2013년 합의부 형사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였을 때 1~3심 합계 569.9일이었다. 1년 반이 조금 넘는다. 반면 이번 사건은 5년 넘게 걸렸다. 대법원에서 심리한 기간만 2년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주로 사실 인정 여부가 쟁점이고 법리적 다툼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례적이다. 그 사이 한 전 의원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돼 임기 4년 중 3년4개월을 채웠다.
대법원은 방대한 사건 기록을 살피고 꼼꼼하게 심리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판 기록과 증거 기록을 합하면 책 70권을 넘는 분량이었고 참고자료를 뺀 대법관 보고서 본문만도 300페이지에 달했다”며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엇갈려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다시 합의한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 원인”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부가 “한 전 총리가 얽힌 다른 뇌물 사건의 처리 결과를 보겠다”며 공판을 무기한 연기한 것과 중간에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겹친 것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한 전 총리는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대부분 채웠다”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 법원이 일찍 판단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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