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 "연 1회 상대평가 맞지않다" 지적
직원별 목표 달성과정 수시 점검
새로운 목표 제시후 실시간 평가
내년부터 175개국 직원에 적용
[ 박수진 기자 ] 세계 최대 가전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10% 룰(실적 하위 10%를 해고하는 인사 방식)’로 대표되는 인사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1년에 한 번 하고 있는 인사평가를 연중 상시 평가로 바꾸고, 상대평가제는 개인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GE가 올해 직원 8만명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새로운 인사평가시스템을 시험 적용한 뒤 2017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년 말부터 전 세계로 새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GE는 175개국에 30여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실적 하위 10% 해고하는 ‘10%룰’ 폐기
GE는 1980년 초부터 잭 웰치 전 회장이 도입한 인사평가시스템을 써왔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직원들을 상위 20%(두뇌집단)-중간 70%(중간집단)-하위 10%(꼬리집단)로 나눠 임금과 대우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 ?상위 집단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육성하지만 하위 10%는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한다는 게 핵심이다. 명확한 신상필벌을 통해 조직에 활력과 긴장을 주는 방식이다. 이 인사시스템은 잭 웰치식 리더십의 대명사로, 지난 30여년간 세계 수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했다.
이 같은 인사시스템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적잖은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우선 시대변화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경영연구소 ICP의 클리프 스티븐슨 수석연구위원은 “모바일 등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새로운 직장인 세대에게 잭 웰치식 1년 1회, 상대평가 인사시스템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이 방향이 맞는가’ 같은 질문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답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연초 목표를 설정한 뒤 연말에 한 번 평가하는 방식은 익숙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 독창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을 똑같은 잣대로 상대평가해서는 조직을 설득하고 변화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천 500대 기업 7~8% 수시평가제
이에 따라 제프리 이멀트 회장 등 경영진은 2012년부터 인사시스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별 목표 달성 과정을 수시로 점검하고, 개선점과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뒤 달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리더와 조직원 간 빈번한 대화를 통해 평가가 이뤄짐으로써 평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 룰’ 대신 개인별 절대평가를 통한 임금 차등제를 도입해 정리해고로 조직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GE 측 설명이다.
이런 평가 과정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온라인 등을 통해 디지털화하면 인사평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덧붙였다. 기업컨설팅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직원 1만명 규모의 기업이 인사평가에 쓴 평균 비용과 시간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500만달러와 200만시간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갭, 어도비 같은 ‘포천 500대 기업’ 중 7~8%가 이미 이 같은 수시·개별 인사평가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GE코리아 관계자는 “GE가 웰치 회장 때처럼 선도적으로 인사평가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GE의 변화는 30년 전처럼 업계 인사시스템 개선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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