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기술 사업화 타이밍 놓쳐
글로벌 거대시장 석권할 기회 상실
성장궤도 안착할 때까지 지원 필요
이상홍 <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
2000년 국내 네티즌을 흥분시켰던 한 서비스가 공식 오픈했다.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다. 당시만 해도 비싼 시외전화, 국제전화를 인터넷만 있으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모른다. 이 서비스 제공 기업은 승승장구했으며 미국 진출 성공 등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우리는 인터넷 무료전화 하면 다이얼패드보다 스카이프를 더 익숙하게 떠올린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MP3플레이어도 그렇다. 이 역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지만 지금 우리는 애플의 아이팟 나노를 먼저 떠올린다. 당시 개발 기업의 사업화 비용 부족, 특허권 관리 부족 등으로 인해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현재는 국내 중소기업이 관련 로열티를 외국 기업에 지급하게 됐다. 이 둘 모두 한국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사업화에 실패한 사례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좋은 아이디어로, 그것도 우리가 먼저 시작했건만 우리는 왜 실패하고 그들은 왜 성공했을까.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화 타이밍의 문제가 큰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ICT 벤처 창업은 보통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혁신 기술로 발전한다고 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ICT 시장과 기술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기술 혁신, 디자인 혁신, 투자유치, 특허 선점 등 적기에 사업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만큼이나 ICT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업화 혁신’과 이를 실현하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 ICT 중소·벤처기업은 이 단계를 넘어서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아무리 시대를 사로잡는 혁신적인 기술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추가 기술 혁신과 시장 흐름을 꿰뚫는 안목이 없고, 제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어떤 식의 접근법과 해결법이 있는지 잘 찾지 못한다. 따라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타이밍의 기술사업화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K-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은 기술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고, 기술사업화 전문가와 벤처·중소·중견기업이 만나 기술사업화의 타이밍을 잡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사업화유망기술 설명회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초고화질(UHD) 등 우리의 대표 ICT 성과 기술이 소개된다. 이런 기술교류의 장은 ‘기업 성장가뭄’에 봉착한 ICT 중소·신생기업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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