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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안경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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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안경은 13~14세기에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건 인쇄술이 나온 15세기 이후다. 책의 출간과 함께 안경 시장이 팽창하면서 광학의 명장들이 등장했다. 이들 덕분에 돋보기뿐만 아니라 현미경과 망원경이 탄생했다. 현미경은 세포와 바이러스, 백신 연구를 앞당겼고 우주망원경은 태양계 바깥 탐사까지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의 안경 역사는 미미하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통신부사로 다녀온 김성일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산업화된 것도 1945년이었으니 70년밖에 안 된다. 일본에서 안경테 제조업을 하던 고(故) 김재수 씨가 해방 직전에 주요 기계를 대구로 옮겨온 것이 한국 안경산업의 효시다. 이후 1960년 홍콩 수출을 시작했고 종업원 30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 700여개의 안경업체가 모인 대구 안경메카가 탄생했다.

잘나가던 안경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위기를 맞았다. 1억3230만달러까지 갔던 수출이 1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업체 수도 288개로 줄었다.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겹쳤다. 고사 직전의 안경업계를 살린 것은 소재혁명과 기술혁신이었다. 울템이라는 신소재를 활용한 안경테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울템은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초경량 고탄성 소재다.

이 덕분에 지난해 수출이 1억2000만달러로 회복됐다. 일본에도 4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기계와 기술을 들여온 지 70년 만에 역수출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사물인터넷이나 블루투스 등을 접목한 정보통신기술(ICT) 안경까지 개발했다. 안경이 단순한 시력 교정을 넘어 다양한 기능성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수출 품목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렌즈 제조업체들도 자외선뿐만 아니라 TV, PC 등 디지털 기기의 유해광선 청색광까지 차단하는 첨단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렌즈 스스로 색을 바꾸며 선글라스 기능을 하는 제품도 내놨다. 시력 보정은 물론이고 눈 보호 기능을 겸비한 것이어서 시장 전망이 밝다. 눈동자로 커서를 움직이고 아이콘을 클릭하는 국산 스마트 안경까지 등장했다.

ICT업계는 망막이식 광학렌즈도 곧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안구 뒷면에 인공망막을 이식한 뒤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쓰게 하는 방식인데, 이미 시술에 성공했다. 콘택트렌즈를 이용한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또한 ‘황금알’이다.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트는 가상·증강현실 관련 시장이 3년 안에 4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경의 진화는 끝이 없다. ‘눈이 900냥’이란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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