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등 서방국 정상 불참
참석땐 한·미 관계 부담 '고심'
일본 언론 "미국, 한국에 참석말라 요구"
청와대 "사실무근…결정된 것 없다"
[ 장진모/전예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참석할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박 대통령은 그동안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왔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서방 국가 정상들에 이어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중국 방문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아베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념식 행사 초청을 받아들여 중국을 방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자연스런 외교행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보이고 있는 미·일의 두 정상이 나란히 불참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만 참석한다면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박 대통령이 중국에 너무 경도돼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의 해외방문 일정이 유동적인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게 정치권과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의 항일승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박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면 그 자체가 ‘중국이 한·미 동맹을 균열시켰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격이 될 수 있고, 한·미·일 협력을 축으로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을 전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며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실제 그런 일도 없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제반사항을 검토해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항일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세계 각국 정상을 대거 초청했다. 하지만 주요국 정상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모/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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