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한경 보도(8월5일자 A1, 4면)다.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이뤄져야 하고 속전속결 의사결정이 성패를 가른다. 그런데 ‘원금’을 회수하려는 성향이 강한 정부계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다 보니 가격이 안 맞으면 무조건 매각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채권단이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경영 비효율성이 계속 커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조선해양이다. 16년째 산업은행 자회사로 머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한화그룹에 매각을 시도할 당시 6조4000억원에 달했던 몸값이 지금은 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7년여 사이 10분 1 토막이 난 것이다. ‘헐값 매각’ 시비를 우려해 매각을 서두르지 않은, 전형적인 ‘정부형 구조조정’의 실패인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주도한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2008년 유동성 위기를 겪던 GM에 495억달러를 쏟아부어 지분 60.8%의 대주주가 됐지만 2010년 이 회사가 흑자를 내자 이후 5년간 정부 소유 지분을 계속 팔았다. 결과적으로 105억달러의 원금 손실을 봤지만 GM은 살아났다. 정부 소유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영비효율도 커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면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미루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점점 더 부실덩어리가 돼가고 있다. 최근에는 2조원의 부실을 은폐했던 것이 드러났고, 지난 2분기에는 3조318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손실도 봤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난해까지 총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고 향후 유상증자 자금으로 최소 1조원 이상 투입하리란 것을 감안할 때 원리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돼 있다. 원금회수를 생각하다 민영화 기회를 놓친 것 치곤 너무나 큰 경영 실패다.
이런 산업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들인 것이 아니라 떠맡은 것이겠지만 대기업 그룹이 부럽지 않은 대선단이다. 책임도 없고 속도조차 느려터진 정부 은행이 재벌 흉내를 내온 꼴이다. 차라리 국책은행이 없으면 나아질 것이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