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내용·수임액 등 제출 의무
"고객 비밀 노출된다" 제휴 꺼려
외국로펌, 국내로펌 연결 업무만
[ 김인선 기자 ] 법률시장 개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 로펌에 대한 정부의 차별 규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공동수임한 사건은 미국계 로펌인 폴 헤이스팅스가 2013년 신고한 사건 이후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법률시장은 유럽연합(EU)과 미국시장에 대해 5년간 3단계에 걸쳐 개방되는데, 현재는 국내법과 외국법 혼재사건에 한해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이 함께 사건을 처리하고 수익도 나누는 2단계다. 그러나 정부와 대한변협의 과도한 규정이 시장개방 조치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로펌이 공동업무를 하기 위해선 외국법자문사법 34조5에 따라 외국 로펌 대표가 매년 1월31일까지 전년에 체결한 사건을 대한변협에 신고해야 한다. 이 법에는 사건을 수임한 국내 법무법인의 명칭, 사무소 주소, 계약체결일 등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외 국내외 로펌의 공동사건 처리에 관한 규정은 대한변협이 정하도록 했다.
변협 측 규정안에 따 8?외국 로펌 대표자는 체결된 계약의 요지, 사안별 수임액, 수익 분배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변협은 또 위법사항을 감독하기 위해 외국 로펌의 업무 재산 현황, 수임 회계 내역 명세, 그 밖에 감독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한 외국 로펌 한국지사 대표는 “자문업무는 고객의 비밀 유지가 필수적인데 고객과의 약속을 깨고 대한변협에 신고할 로펌이 어디 있겠느냐”며 “외국 로펌에만 적용되는 대한변협의 규정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외국 로펌 대표는 “대부분 로펌에선 대한변협의 과도한 규정을 피해 고객을 국내 로펌에 연결해주는 선에서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영업을 제한하는 관련 외국법자문사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은 대한변협 대변인은 “국내외 로펌이 공동 수임하더라도 등록이나 신고하지 않은 경우 대한변협이 자체적으로 나서서 징계하진 않는다”며 “대한변협은 관련 내용을 1년에 한 번 법무부 장관에게 통지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관 부서인 법무부 국제법무과에 관련 법이 실효성이 있는지 묻자 “국내외 로펌이 업무를 공조해 동업한 경우 변협 측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관련 규정을 둔 것”이라고 답했다.
외국법자문사 자격을 승인받기 위해선 외국변호사 자격을 딴 뒤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 법률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에 사내변호사로 채용되거나 대형 로펌에 고용된 외국변호사들은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국내 업무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외국법 자문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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