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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Biz] 한달 용돈 5만원 준 남편, 집 나간 아내 모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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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보는 세상
어느 다문화 가정 부부의 이혼 사연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시부모와 갈등…2년만에 가출
'노총각' 남편, 경제적 지원뿐…힘들어 하는 스무살 아내 방치
법원, 쌍방책임으로 이혼 결정



[ 김인선 기자 ] # 여자 이야기

국제결혼 중개업자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꽤 괜찮았다. 나이는 많았지만 성실해 보였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혼인신고를 했다. 넉 달 후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1년 3월, 베트남 새댁이 됐다. 내 나이 스무 살의 일이다.

한국에 온 지 1주일이 지나 시부모님은 같이 갈 데가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생계로 삼고 있는 구청의 재활용 분리수거작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매일 오전 구청에 나가 플라스틱, 비닐, 종이 등 쓰레기를 포대자루에 나눠 담았다. 시부모님은 수고비라며 매달 6만원을 손에 쥐여줬다.

남편은 택배기사였다.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오토바이를 몰았다. 여느 20대들처럼 나는 남편과 데이트도 하고 단둘이 여행도 떠나고 싶었다. 남편은 “피곤하다”고 답했다. 남편은 매달 말일 식탁에 용돈 5만원을 놓고 나갔다.

석 달간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달에 8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시어머니께 용돈 15만원을 드렸다. 어머님은 “더 달라”고 했다. ‘친정부모께도 드리고 싶은데….’ 시부모님과 말다툼을 벌였다. 남편은 시부모 편만 들었다. 서러웠다. 시부모님이 강제로 시키는 재활용분리수거 일도 그만하고 싶었다. 2013년 11월, 결심했다. 남편과 더는 살 수 없었다.

# 남자 이야기

마흔 살이 넘도록 노총각 신세였다. 주위의 권유로 베트남 아내를 맞았다. 막상 결혼하니 의사소통이 걸림돌이었다. 손짓발짓도 한계가 있었다. 작은 오해들이 쌓여갔다. 구청의 다문화센터에서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쳐준다기에 아내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차’ 실수였다. 아내는 다른 사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외국인 친구들과 밤늦게 놀러 다녔고, 집안일은 뒷전이었다. 재활용분리수거 작업장에 나가는 날도 뜸해졌다. 옷차림은 말도 못했다. 유부녀가 핫팬츠에 민소매 티셔츠라니…. 매일 밤 전쟁처럼 아내와 다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찾아가 상담도 받아봤으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집온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도 할 만큼 했다.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는 아내를 위해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을 보내고 뒷바라지도 했다. 베트남 친정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없는 살림을 쪼개 비행기표와 여비도 챙겨줬다. 그러나 아내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3년 추석 땐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아예 집을 나가버려서 감감무소식이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6월 “원고(아내)를 이해하고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피고(남편)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생업에 종사하느라 고단한 피고를 배려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혼인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원고의 잘못이 모두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그러나 아내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000쌍에 이르는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부부가 이혼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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