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드라히 佛 알티스 회장
성장성 큰 시장을 노려라
학자금 대출로 사업밑천 마련…케이블 TV 성장성 보고 창업
다국적 케이블·통신업체로
이스라엘·포르투갈·벨기에…해외 통신업체 잇따라 인수
미국·아프리카까지 도전장
세계 갑부 순위 57위 통신 재벌
케이블·인터넷·휴대폰 등 결합…종합 통신서비스 업체로 발돋움
일단 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여…저돌적인 강인함이 성공 원동력
[ 김은정 기자 ]
프랑스 기업은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편이다. 기업을 파는 것도 그렇고 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케이블·통신업체 알티스는 다르다. 프랑스 기업답지 않게 잇단 M&A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최근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미국 케이블TV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현지 기업 인수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알티스 뒤에는 유럽의 통신 재벌로 불리는 패트릭 드라히 회장이 있다. 그는 내세울 만한 부모도, 재력도 없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산 239억달러(약 28조원)의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갑부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순위(올 상반기 말 기준) 57위다.
수학 영재가 일군 ‘통신제국’
드라히 회장은 모로코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수학 교사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또래와 밖에서 노는 것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했다.
15세 때는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겼다. 프랑스에서 그의 수학적 재능은 더 빛을 발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프랑스 명문 공과대학인 에콜폴리테크니크에 들어갔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학창시절 내내 사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가전업체 필립스에 입사했지만 몇 달도 안 돼 그만뒀다. 규정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보다 사업가가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왕 사업을 하려면 성장성이 큰 시장에 뛰어들고 싶었다. 시장조사를 위해 들른 미국 방문 때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케이블TV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뉴욕이라는 한 도시에서 케이블TV를 보는 시청자가 이스라엘 전체 시청자 수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드라히 회장은 창업을 결심했다”며 “케이블TV시장은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그를 만족시킬 만한 사업 아이템이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수월했던 건 아니었다. 초기 자금이 부족해 학자금대출로 사업 밑천을 마련했다. 그렇게 2002년 케이블·통신업체 알티스를 세웠다. 그는 추진력 있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M&A 과정에서도 그의 성격은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마음에 드는 기업이 생기면 “이 기업을 갖고 싶다”는 말을 상대 기업 경영진에게 직접 한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를 추진할 때도 그랬다. 실패하면 목표의식이 더 강해지는 것도 그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 5월 타임워너케이블 인수에 실패한 뒤 그는 더 공격적으로 다른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드라히 회장과 일해본 사업가들은 그의 적극성과 공격성 그리고 추진력에 놀라곤 한다”고 전했다.
“실천하는 긍정주의자” 평가도
드라히 회장은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케이블·통신시장에서는 덩치가 커질수록 시장 지배력이 확고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M&A에 보수적인 프랑스에선 원하는 기업을 사들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국경 간 M&A로 눈을 돌렸다. 알티스 설립 초기부터 다국적 케이블·통신업체를 꿈꿨던 점도 작용했다. 첫 국경 간 M&A 대상은 이스라엘 통신업체였다. 이스라엘 통신업체를 인수한 뒤 포르투갈 케이블업체, 아프리카 통신업체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알티스를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한 후에도 M&A를 멈추지 않았다. 작년 4월에는 프랑스 통신업체를 23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밖에도 알티스는 이스라엘 도미니카공화국 벨기에 통신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를 추구하고 있다. 케이블업체와 이동통신업체를 합쳐 케이블TV와 초고속 인터넷, 휴대폰, 유선전화를 한꺼번에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에 비해 이 같은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정착되지 않은 미국은 드라히 회장에게는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다. 지난 5월 미국 케이블TV업계 7위인 서든링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텍사스주에 본사가 있는 서든링크는 미국 전역에 약 1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 위축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틈을 타 발 빠르게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게 알티스의 생각이었다. 서든링크를 손에 넣었지만 알티스는 추가로 미국 케이블TV업체를 물색 중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드라히 회장을 “실천하는 긍정주의자”라고 표현했다. ‘하면 된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어려움에 맞닥뜨린다는 얘기다. 미리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도전하는 태도가 알티스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결정을 내리기 전까진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결정을 내린 뒤에는 저돌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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