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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이탈자금 잡자"…증권사-은행, 채권혼합펀드 시장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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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펀드전쟁 최후의 승자는 (3·끝) 금융사간 불붙은 펀드 마케팅

증권사-은행, 사활 건 판매戰
증권사, 종합자산관리 차별화…펀드잔액, 처음으로 은행 제쳐
은행, 채권혼합형펀드서 두각…2분기 판매실적 1분기의 두 배

연금저축계좌 쟁탈전도 치열
올해 4월 계좌이전 간소화 이후 3개월새 6591억원 펀드로 이동



[ 허란 기자 ]
연 1%대의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회사 간 펀드 판매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적금에 묶여 있는 자금을 펀드 상품으로 빼내려는 증권사와 고객이탈을 막으려는 은행 간의 경쟁이기도 하다.

연금저축계좌 이전 간소화 제도 시행 이후 수익률을 좇아 보험·신탁(은행)에서 펀드로 이동하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채권혼합형펀드가 최대 격전지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의 최대 격전지는 ‘채권혼합형 펀드’다. 주식형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면서도 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시장(단기금융 제외)이 2008년 173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3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올 들어 다시 2조원가량 늘어난 것도 채권혼합형 펀드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은행이 보유한 펀드잔액은 올해 처음으로 증권사에 밀렸지만 채권혼합형 펀드 판매에선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4월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펀드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시중의 중위험·중수익 펀드를 엄선해 ‘KBMiddleM펀드컬렉션’, ‘우리밸런스M’ 등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국민은행의 2분기 채권혼합형 펀드 판매 실적(8162억원)은 1분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 전체를 살펴봐도 2분기 채권혼합형 펀드 판매(1조9103억원)가 1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석희 국민은행 WM상품부 팀장은 “고객 수익률을 생각하면 예·적금만 권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올 들어 중위험·중수익 펀드 판매에 집중하면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증권사는 채권혼합형은 물론 중국, 중소형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앞세워 판매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출시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 ‘POP UMA’로 지난 1분기 펀드 판매량을 전분기 대비 7%가량 늘렸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4년 만에 TV광고를 시작하며 자산종합관리계좌 ‘마이스터랩’을 통한 펀드 판매에 속도를 붙여나가고 있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증권사는 중국펀드 같은 고위험·고수익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펀드 밀어殮竪?힘들어

판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도 감소세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연 1% 수익률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유승훈 미래에셋증권 마케팅팀장은 “자산배분 모델에 따라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추천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관행은 거의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도입된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규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보험사의 분기별 계열사 펀드 신규 판매금액이 총 펀드판매 금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 결과 신영증권은 계열사 신규펀드 판매 비중이 작년 1분기 46.37%에서 지난 1분기 14.47%로 대폭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31.1%에서 6.72%, 교보증권은 45.1%에서 15.52%로 각각 줄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4분기 64.63%에 달했던 계열사 펀드 비중이 41.61%로 축소됐다.

다만 대출을 미끼로 펀드 가입을 종용하는 일부 은행의 ‘꺾기’ 관행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연금저축계좌 판매경쟁 치열

증권업계는 지난 4월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인연금저축 계좌이전 간소화 제도’를 활용해 은행과 보험업권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는 연금저축 자산을 착실하게 불려나가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100조원이 넘는 연금저축시장에서 펀드의 비중은 7% 안팎에 불과하다. 보험이 80%, 신탁(은행)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석 달간 6591억원이 연금저축펀드로 유입됐다. 어떤 증권사에??연금저축 계좌를 열고 신청만 하면 환매수수료 없이 이전이 가능해지면서 장기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의 갈아타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펀드 판매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연금펀드 계좌 개설 건수는 간소화 제도 시행 후 51.62%(5993개) 늘었다. 매년 떼는 펀드 판매보수가 일반 증권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오프라인 판매사에서 연금저축 계좌를 옮겨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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