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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젊은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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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애리조나주 로웰천문대에서 명왕성(冥王星·Pluto)을 발견했을 당시 미국인의 환호는 대단했다. 톰보가 태어난 일리노이주는 발견한 3월13일을 명왕성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미국 과학계에선 처음으로 발견한 행성이었다. 당시 다른 학문에 비해 유럽에 뒤처졌다고 생각했던 천문학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넘쳐났다. 천문학의 ‘뉴 호라이즌(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문제가 된 건 이 행성의 작명이었다. 이 별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은 톰보와 로웰천문대가 가지고 있었다. 천문대를 설립한 퍼시벌 로웰의 이름을 딴 로웰이나 미네르바, 제우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정작 플루토라고 명명한 이는 영국의 11세 소녀 베네사 버니였다. 베네사는 할아버지 팰커너 메이던에게서 새로운 행성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 별의 이름을 로마신화에 나오는 플루토로 짓기를 제안했다.

신행성의 빛세기가 너무 작아 암흑의 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메이던은 그의 지인을 통해 이런 이름을 톰보에 전했으며 톰보는 이 이름의 매력에 이끌렸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에서 쓰는 명왕성은 일본의 영문학자 노지리 호우에이(野尻抱影)가 붙인 것이다.

명왕성은 이후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많이 끌긴 했지만 관측하기 힘든 행성이었다. 태양에서 60억㎞나 떨어져 있고 공전주기도 일정치 않았다. 무엇보다 크기가 매우 작아 과연 행성에 포함되는지 의심도 받았다. 그러다가 2006년 세계 천문학자들에 의해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상실하고 준행성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과학자들이 생각한 명왕성의 특성도 다른 행성과 별다르지 않았다. 그저 목성과 토성처럼 장년의 별로 생각했다. 지표면도 기복이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영하 250도나 되는, 얼음으로 덮여 있는 별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NASA(항공우주국)가 쏘아올린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명왕성의 사진과 데이터는 그동안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상식들을 모두 무너뜨렸다.

빙하가 흘러 움직인 흔적도 발견됐으며 내부에서 열이 분출하고 있는 모양도 나왔다. 연무층으로 인해 불그레한 색깔도 띠고 있다. 높이 3500m나 되는 산맥도 보인다고 한다. 지질활동이 활발한, 지구보다 젊은 별인 것이다. 새로운 지평의 개척이다. 차라리 명왕성이라는 이름보다 뉴호라이즌스가 오히려 이 별의 이름에 걸맞은 게 아닐까.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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