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재획정 앞두고 국회 '밥그릇 늘리기' 논란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 390명으로 증원" 주장
黨 "논의된 바 없다" 부인
새누리도 "反혁신 발상" 비판…지역구 증가땐 비례 축소 입장
[ 손성태 기자 ]
내년 총선부터 적용될 선거구 재획정작업의 핵심인 의원정수 확대 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6일 국회의원 정수(현재 300명)를 확대하는 방안을 촉구하는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밥그릇 늘리기’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제시한 2 대 1(현행 3 대 1)의 상·하한 인구 비율을 적용하면 선거구의 하한 인구는 13만8984명인데, 올 6월 말 기준 현재 246개 중 24개 지역의 선거구가 하한 인구에 미달해 조정 대상으로 분류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정당구조는 지역기반 거대 양당 독과점 체제에 머물러 있다”며 “민의를 근본으로 하는 새로운 선거제도를 위해선 의원정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 “지역구 의원수 246명을 유지한 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훌?‘2 대 1(지역구 대 비례)’의 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의원 정수가 369석이 돼야 하고, 현행 정수를 유지할 경우 지역구는 46명이 줄고 비례대표는 100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다만 의원정수가 늘어도 의원세비 삭감 등을 통한 국회 총예산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노(비노무현)계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하며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정수를 지역구 260명, 비례대표 130명 등 2 대 1의 비율로 확대 조정해 모두 390명으로 대폭 늘릴 것을 주장했다. 현재는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이다. 그는 “의원 수를 대폭 늘리되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혁신위 안을 정치개혁을 주도할 첫 번째 아젠다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의원정수 문제를 꺼내 든 것에 대해 당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 가동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맡겨도 될 일을 괜히 혁신위가 나서 당의 협상전략 입지만 좁혀놨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 원내대표의 주장은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는 개인적 견해”라며 “의원정수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정수 확대안에 대해 “혁신이 아니라 반(反)혁신적, 반(反)개혁적 발상”이라며 반대 뜻을 나타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의원정수 증원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의석수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의원정수 문제는 앞으로 정개특위의 핵심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선관위 소속으로 설치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획정안을 오는 10월1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선거구 획정작업이 속도를 내려면 정개특위에서 ‘가이드라인’인 의원정수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라 인구편차를 줄이도록 결정한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며 불가피한 경우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자치시·군·구의 일부 분할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조정 대상 선거구’를 최소화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기존 행정구역상 자치시·군·구가 ‘지역적 독립성’을 갖도록 해주는 게 유권자 편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구의 연쇄적 재편이 불가피하더라도 선거구를 분할·재조정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행 지역구 숫자와 틀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는 여당과 수도권을 비롯한 지역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지역구의 밑그림을 전반적으로 다시 그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야당의 정치적 ‘셈법’이 충돌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다면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여 전체 의원정수는 유지하자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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