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눈이 좋기로 유명한 몽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드넓은 평원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보고 싶었다. 망원경이 처음 나왔을 때 어떤 사람은 전쟁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군이 뭘 하는지 알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함으로써 인류는 지상의 적군보다 우주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1608년 네덜란드의 한 안경 제조업자가 우연히 두 렌즈를 적당한 간격으로 두었을 때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갈릴레이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조합한 망원경을 만들었고, 1610년 달과 목성 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갈릴레이식 망원경 이후 볼록렌즈만을 활용한 케플러식 망원경과 렌즈 대신 거울을 사용한 뉴턴식 반사망원경이 잇달아 등장했다.
지구 밖에서 별을 관측하는 망원경은 1990년에 나왔다.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지구 상공 610㎞ 궤도에서 놀라운 성과들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지구대기의 영향으로 볼 수 없었던 우주의 속살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허블 망원경의 나이가 올해 25세이니 아직 젊다.
태양계 외부의 생 勺섯?찾기 위한 망원경은 2009년 우주로 출발한 케플러 망원경이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수많은 ‘제2 지구’ 후보들을 찾아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미 ‘확인된 외계 행성’만 134개, ‘아직 확인되지 않은 후보 행성’까지 3277개에 이른다. 엊그제 발견한 ‘케플러-452b’는 1400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물이 액체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곳의 ‘지구 사촌’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러나 케플러 망원경은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그의 임무는 2017년 발사할 테스 망원경이 이어받게 된다. 천문학계에선 테스 망원경이 50만개 이상의 별과 행성을 관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에는 허블 망원경의 후계자인 제임스웹 망원경이 우주로 향한다. 테스가 탐색한 외계 행성을 제임스웹이 정밀 분석하는 크로스 체크 시스템으로 우주탐사의 또 다른 장을 열 계획이다.
최근 스티븐 호킹 박사가 외계 생명체 탐색에 합류했다는데, 우주의 인공 신호를 감지할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행여 또 다른 지구의 낯선 생명체들이 이런 우리 모습을 ‘더 밝은 눈’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도 망원경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별을 보는 것보다 전쟁에 쓸 생각을 먼저 했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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