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세계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s) 운용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헤지펀드를 추월했다. ETF가 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 25년 만이다. 시장 수익률을 좇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수수료가 싸고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영국 시장조사업체 ETFGI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글로벌 ETF의 자산 규모는 2조9710억달러(약 3426조원)다.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2조9690억달러로 ETF를 밑돌았다. 올 상반기 자금 순유입액도 ETF 1523억달러, 헤지펀드 397억달러로 ETF가 헤지펀드를 앞섰다.
ETF는 일종의 인덱스(지수형) 펀드로, 주가지수 채권지수 등 특정 지수의 수익률과 연동된 금융상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보다 시장 흐름을 추종하는 ETF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안정적 수익률·싼 수수료…ETF 키웠다
올해로 ‘탄생 25주년’을 맞은 상장지수펀드(ETF)가 66년 된 헤지펀드 운용 자산 규모를 추월한 것은 시장 환경 변화와 ETF의 상품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ETF 자산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네 배로 커졌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앞다퉈 양적 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ETF로 대거 몰렸다. 헤지펀드 역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꾸준히 자산 규모를 키웠지만 ETF의 성장 속도엔 미치지 못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9년이면 ETF 자산 규모가 6조달러(약 691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TF 시장의 급성장에는 특정 이슈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지수형 펀드의 특징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수수료에 민감해진 영향도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는 수익률이 부진해도 운용 자산의 1.8%를 기본 수수료로 내야 한다. 실적에 따라 평균 18%의 운용 보수를 더 낸다. 이에 비해 ETF 평균 수수료는 운용 자산의 0.31% 수준이다.
헤지펀드는 일정 기간 매도 제한이 있는 반면 ETF는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TF로의 자금 쏠림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만큼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에서 대거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때문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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