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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외환시장 흔드는 강달러] 달러값 1년새 21% 치솟아…"원자재 슈퍼사이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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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예고·중국 성장둔화로 수요 줄어
공매도 투기세력도 가세…하락세 가팔라져



[ 김은정 기자 ] 금, 원유, 구리, 설탕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금 가격은 5년 만에 최저로 주저앉았고, 구리와 설탕 가격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금과 원유 등 원자재는 달러화로 표시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강(强)달러’가 심화돼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원자재값 폭락에 공매도까지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 이상 떨어져 온스당 1106.80달러에 마감했다. 5년 만의 최저다. 장중 한때 온스당 1080달러까지 떨어져 1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사상 최고였던 2011년 9월 고점 대비로는 42% 떨어졌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때도 별다른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던 금 가격은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금에 대한 수요는 달러화 약세와 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최근 고용, 물가, 부동산 관련 지표 모두 미국의 경제 회복을 가리키고 있어 금 투자매력이 점점 줄고 있다.

이날 금 가격이 급락한 것은 지난 주말 중국이 발표한 금 보유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영향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금 수요에 대한 불안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돼 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금 가격이 1주일 넘게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투기세력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거래가 뜸한 시간에 대규모 매물을 내놔 가격을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틈을 타 가격 하락 때 이익을 보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공매도는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 뒤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에서 자산을 싸게 사 더 높은 가격에 팔아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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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조정 아닌 구조적 변화”

원유값도 하락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50.15달러로 지난 4월 이후 최저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에 따른 공?증가 부담 탓이다. 발 빠른 헤지펀드들은 이미 유가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로 글로벌 원유공급 과잉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투자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펀드의 계약 건수는 전주 대비 4.2% 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유가 폭락을 예측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에너지 정보업체 PIRA에너지그룹은 이날 “유가는 2020년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른 원자재값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구리 가격은 t당 5400달러를 기록해 6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철광석 가격도 역대 최고점 대비 77% 폭락했다. 휴대폰 제조 등에 사용되는 희귀금속 팔라듐은 3년 만에 최저인 온스당 609달러까지 떨어졌다.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지수화한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이날 96.20을 기록해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이 단기적 조정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0년간 계속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한 원자재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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