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손실을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체 설계 능력도 없는 대형 해양플랜트를 덥석 수주한 게 직접적 원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이렇게 된 데는 보다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 경영진의 정치권 줄대기와 청와대 및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도 그중 하나다. 이런 외압 때문에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핫바지’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영화에 반대하며 주인 없는 회사의 이점을 계속 이어가려는 노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회사가 이렇게 된 데는 그 누구보다 산업은행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2000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까지 대출 1조1273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대우조선은 여전히 부실투성이고 민영화도 못하고 있다. 그동안 뭘 했다는 말인가.
조선경기 불황이나 정치권 외압, 노조 반발 등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대 부실을 최근에야 안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회사 측이 숨기려 했다고 해도 최고재무책임자를 파견한 산은 측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회사 회계부정을 방조했거나 아예 경영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15%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만 100개가 넘는다. 출자 형태도 워낙 복잡다양해 정확한 숫자 파악도 어려울 정도다. 어떤 재벌그룹보다도 계열사가 많으니 제대로 관리할 수나 있겠나.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재벌 흉내를 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과연 필요한지 근본적 의문까지 제기한다.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데다 민간과 경쟁 분야도 겹치고 있다. 효율은 떨어지고 거대 재벌처럼 비대해진 산업은행을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은행 때문에 기업구조조정이 더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