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LG화학이 2분기 '깜짝 성적'을 내놨지만 증권가는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LG화학의 '속앓이' 대상이던 전지 부문 우려가 커진 데다 2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석유화학 부문의 감익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는 LG화학의 호실적에 축포를 올리면서도 2분기 전지 부문 '어닝쇼크'와 하반기 실적 향방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석유화학 '웃고' 전지 '울고'
LG화학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634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증가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였던 5074억원을 11.0%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732억원으로 13.6%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529억6800만원으로 55.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3.3%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저가 나프타 투입에 따른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가격) 개선이 주효했다.
반면 정보전자소재와 전지 부문은 부진했다. 특히 전지 부문은 4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대규모 적자전환했다. 이는 LG화학이 2011년 1분기 전지 부문 별도 영업이익을 처음 공시한 이후 최대 적자 수준에 해당한다.
모바일전지 판매 정체와 자동차전지 신규 수주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탓이 컸다.
◆증권가 반응은 '미지근'…전지 개선 언제쯤
깜짝 실적에 비해 증권가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목표주가를 상향한 증권사도 있었지만 기존 목표가를 유지한 증권사가 더 많았다.
상향 조정한 쪽은 석유화학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와 전지 부문 개선 가능성에, 유지한 쪽은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에 방점을 뒀다.
IB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31만 원에서 35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이 증권사 이지연 연구원은 "2분기 부진했던 전지 부문은 3분기 아이폰6S 신제품 출시에 따른 모바일 전지 판매량 증가로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형전지 부문은 내년 2세대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수주 물량 증가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석유화학 부문도 하반기 성수기 효과로 견조한 스프레드가 유지될 것이며, 4분기에는 증설로 인한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KB투자증권도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 수혜를 기대하며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박재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고객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전지 부문이 적자전환했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로 예상보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점이 우려를 상쇄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하반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분간 전지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 ?기폭제가 없는 데다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 감소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2분기 성적은 정보전자 부문 감익과 전지 부문 악화를 감안하면 '그저 그런' 수준"이라며 "3분기에는 이들 사업부의 부진에 석유화학 부문의 대폭 감익이 더해지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석유화학 부문은 나프타분해시설(NCC) 정기보수 마무리와 유가 약세에 따른 고객사 판가 인하 압력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중단기적으로 전지 부문의 이익을 개선할 기폭제가 부족한 가운데 하반기 석유화학 부문 제품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위험을 상쇄할 재료도 불충분하다"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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