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정기배달 서비스 덤앤더머스 100억원에 인수
"신선식품 배달 시장만 10조원…지역·상품군 확대로 푸드테크 개척"
[ 최유리 기자 ] 30대 미혼 남성들이 모여 워킹맘들을 제대로 겨냥했다. 입맛은 까다롭지만 시간이 없는 맞벌이 가구의 '우렁각시'를 자처하면서다. 신선 식품을 출근 전 새벽에 배달해주는 '덤앤더머스' 얘기다.
덤앤더머스는 우유나 일부 건강식품에 한정된 정기배달 서비스를 2000여개 상품군으로 확대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업계 1위 '배달의민족'도 그 중 하나다. 관심은 인연으로 이어졌다. 배달의민족이 덤앤더머스를 100억원 가량에 직접 인수하면서다. 새 가족과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조성우 덤앤더머스 대표(사진)를 지난 13일 만났다.
◆ 대기업 사표내고 창업 도전…10조원 신선식품 배달 시장 '정조준'
조성우 대표는 탄탄한 대기업 출신이다. 그런 그가 창업에 뛰어든 것은 아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면서다. 현대중공업 홍보실에서 고(故) 정주영 회장의 창업 정신을 알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도전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 대표는 생일날 사표를 내고 창업이라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조 대표를 비롯해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운 30대 남성 6명이 뭉쳤다. 당시 쿠팡과 티몬 등 e커머스 시장이 꿈틀대면서 조 대표도 흐름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500여개가 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쏟아지는 가운데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트를 사면 벤츠를 주는 식으로 사업의 본질과 상관없이 이슈 메이킹에만 집중했습니다. 결국 퇴직금과 결혼자금을 털어 만들었던 초기 비용을 소진했죠.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 되면서 뽑았던 직원을 모두 내보냈어요. 창립 멤버인 6명만 남게 됐습니다."
조 대표는 사업모델에 대한 재검토부터 다시 시작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자신들처럼 직장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구직 정보, 회식 지도, 정기 배달 서비스 등을 모은 포털이 그 결과물이다. 서비스 중 정기배달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해당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상품군도 2000~3000여가지로 다양화했다. 생필품부터 애견용품, 가사 도우미, 새차 서비스도 정기화시켰다.
"남성 직장인을 겨냥했는데 오히려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워킹맘들은 출근 전 아침식사나 생필품을 받아보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특히 신선 식품일수록 정기 배달에 대한 수요가 높아 시장 규모만 10조원에 이릅니다. 신선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사야하는데 그만한 시간이 없거든요."
◆ 배달의민족과 한 식구된 덤앤더머스…시너지로 푸드테크 개척
시행 착오를 겪으며 사업을 안착시킨 덤앤더머스는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매년 300~40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결과다. 창업 3년 만에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조 대표는 투자처를 물색했다.
투자 제안서를 돌리자 미국 실리콘밸리에 근거를 둔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에서 연락이 왔다. 배달의민족과 사업 제휴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제안대로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를 만난 조 대표는 뜻밖의 인수 제의를 받았다.
"당시 투자부터 인수 제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배달의민족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른 곳도 다수이고요. 이제서야 혼자 힘으로 해볼 만한데 인수를 얘기하니 고민이 더 많았죠. 결국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인수 금액이 아닌 진정성이었습니다. 비슷한 분야이기 때문에 회사를 판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할 파트너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영역이지만 특기는 또 달라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요."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영역은 물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냉장탑차로 수도권을 커버하고 있는 덤앤더머스와 달리 배달의민족은 최근 오토바이로 일부 지역에 자체 배달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덤앤더머스의 물류 관련 정보기술(IT) 시스템과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파워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 사업 ?IT기술과 자본, 경험이 모두 필요합니다. 덤앤더머스는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정기배달 영역에서 노하우를 다져왔고요. 앞으로 서울에서 만든 빵을 부산에서 먹을 수 있도록 전국 광역시로 거점을 넓힐 계획입니다. 정기 배달 수요가 많은 반찬 업체에 대한 투자나 인수도 검토하고 있고요. 이를 통해 올해 1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배달의민족과 함께 음식 산업에 IT를 결합한 '푸드테크' 영역을 개척해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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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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