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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소리] 농산물 가격 현실화를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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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환 <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 회장 >


최저임금위원회가 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시급 6030원으로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이 여전히 너무 낮다며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유명 커피체인점 커피 두 잔 마시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1만원으로 농산물을 산다면 어느 정도 살 수 있을까. 6월 도매가격 기준으로 무는 18㎏, 배추는 11㎏, 상추는 4㎏, 양파는 14㎏, 대파는 5㎏을 살 수 있다. 쌀을 사도 5㎏은 산다. 쌀 5㎏면 약 33인분 양이다.

기상악화로 공급량 줄어

1만원으로 이렇게 많은 농산물을 살 수 있는데도 요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이 본다면 한국은 농산물 구입이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해엔 세월호 참사로,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복병으로 농산물 소비가 줄었다. 여기에 가격 폭등 기사로 또다시 농업인은 한숨짓는다.

농산물 가격에 대한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아니다. 작황이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한 것이지, 평년 농산물 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는 기상 여건이 좋아 과일과 채소 가릴 것 없이 풍년이었다. 생산량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졌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가뭄과 기상 악화가 겹치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평년 가격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폭등 아닌 평년가격 수준

작년 대비 농산물 값이 많이 올랐다고 놀라기보다는 평년 가격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농산물을 평년 가격, 전년 가격, 현재 가격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평년 가격은 최근 5개년 가격을 각 연도의 5일 이동평균값에서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의 평균값으로 산출한다. 특정 연도의 특별한 상황에 의해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을 배제해 5년 동안의 가격 추세를 객관적으로 반영, 관리하기 위해서다.

현재 농산물 가격은 평년 가격 수준에 불과한데도 지나친 상승을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도 농산물만 산다면 1만원으로도 4인 가족 식단을 충분히 차릴 수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과연 지금의 농산물 가격이 적당한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아니라 농산물 가격 현실화를 말해야 한다.

오양환 <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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