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 배수진 친 삼성
제일모직·삼성물산 긴급 기업설명회
주주 친화정책 전격 발표…주주권익委·사회공헌委 신설
"합병 법인은 사실상 지주사…헬스케어 등 미래사업 주도"
[ 주용석/정지은 기자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30일 애널리스트 대상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고 통합 삼성물산(합병 법인)의 배당 성향을 30% 수준으로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주주권익위원회)와 사회공헌(CSR)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또 이번 합병에 대해 “플랜 B는 없다”며 합병 무산시 재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애플, IBM처럼 배당 확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R에는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윤 사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주와 소통하겠다”며 “(통합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30% 수준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21%(제일모직+삼성물산 기준)인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1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400원에서 2020년 4800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주요 삼성 계열사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삼성전자 13.0%, 삼성전기 11.6%, 삼성생명 25.4%, 삼성화재 23.8% 등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통합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다른 삼성 계열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미”라며 “애플, IB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난해 배당성향도 27~28%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이사회의 독립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와 사내 인력으로 구성된 CSR위원회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 법인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며 “기존에 보유한 글로벌 사업 역량과 다각화된 사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 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이날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합병 비율 재산정 계획 없다”
두 회사가 이날 갑자기 주주 친화정책을 발표한 것은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국내외 주요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20% 수준으로 합병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통상 주총 참석률이 70%라고 가정하면 발행주식의 47%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삼성은 이에 따라 최근 국민연금,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 등 국내외 주요 투자자 설득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주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엘리엇이 문제 삼고 있는 합병 비율보다 합병 법인의 주주 정책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찬반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날 주주 친화정책 외에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재합병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결정했고 재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계열사 간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합병가액 대비 ±10% 할증, 할인을 검토했지만 과거 이런 사례가 없어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왜 하필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점에 합병했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제일모직은 바이오 등 신규 미래 사업이 가시화돼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세가 예상되는 반면 삼성물산은 주가가 정체된 상태라 시간을 끌면 합병 비율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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