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수 경제부 기자 hjs@hankyung.com
[ 황정수 기자 ]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규 면세점 입찰 경쟁의 심판을 자처하고 나섰다. 공인 심판(관세청)이 있는데 중간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선수들의 플레이에 휘슬을 불고 있다.
민 의원이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건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때부터다. 그는 “호텔신라와 롯데에 대해 관세청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허가를 내준다면 명백히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조장하는 행위”라며 “공정위가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하고 관세청에 적극적 시정조치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훈수의 근거는 ‘공정위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품이나 용역의 공급 또는 수요 시장에 대하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3조1항과 ‘필요한 경우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경쟁의 도입, 기타 시장구조의 개선 등에 관해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3조2항이다. 롯데와 호텔신라의 국내 면세점시장 점유율(2014년 매출 기준)은 각각 50.8%와 30.5%다.
공정거래법 3조의 취지와 면세점 耽?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민 의원의 훈수에 대해 ‘아마추어적’이라고 평가한다. 공정위가 법에 따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경우는 ‘독과점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의도적으로 막고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때’다. 법 조문은 어느 누구에게도 시장의 건전한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 독과점 시장을 ‘의도적으로’ 허물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독과점적인 시장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5년마다 진행되는 재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과거 중소·중견기업 13곳이 면세점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례도 있다. “독과점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공정위를 압박하는 것은 월권을 강요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면세점 입찰 방식도 경쟁 입찰이다.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운영권을 얻으면 그만이다. 기업들은 명운을 걸고 입찰에 임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휘슬이 더 이상 울려선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황정수 경제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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