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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와인을 사랑한 LG…12년 '전자 동굴' 개발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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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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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성 기자의 IT's U <17회>

    2세대 디오스 와인셀러 두달간 써보니
    아픈 와인 치유 …미네랄·복잡미·부케 잘 유지
    유별한 LG의 와인 사랑, 12년 개발 역사



    [ 김민성 기자 ] 벌써 덥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덮친 올여름 폭염은 사상 최악일 거라고 한다. 누군들 좋아하랴만은 특히 와인애호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때다.

    와인셀러는 일반적으로 여름이 오기 전인 4~6월 가장 많이 팔린다. 고온다습한 우리네 여름 날씨가 와인에는 쥐약이라서다. 와인은 포도 재배나 양조만큼이나 보관, 즉 병숙성이 중요하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빛과 진동, 온도 3가지 때문에 오래 보관하면 맛이 상할 수 있다. 아무리 유명한 와인이라도 냉장고에 오래 보관됐다면 경매 가격은 낮아진다.

    와인은 태양빛과 높은 온도, 건조한 곳, 그리고 움직이는 곳을 싫어한다. 달리 말하면 습도가 적당하고 온도가 낮고 어둡고, 진동이 없는 곳을 좋아한다. 기온은 약 13도, 습도는 70%로 유지되는 곳이다.

    습도가 중요한 이유는 코르크 마개 때문이다. 코르크가 마르면 와인 병 입구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긴다. 그러면 공기 중 산소가 와인 맛을 변질시킨다. 진동도 없으면 좋다. 와인이 충격을 받으면 여러 분자구조가 흔들려서 산화가 촉진되고, 섬세한 미네랄과 향을 반감시킨다. 직사광선도 와인을 망친다. 흔히 보는 와인셀러 유리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암갈색으로 코팅된 이유다.

    그래서 동굴은 인류가 찾은 최적의 와인저장소였다. 문제는 도시 현대인은 동굴은 커녕 와인 한병 파묻을 땅 한 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태어난 제품이 '전자 동굴', 와인 셀러다.

    ◆ 12년 여정… LG 와인셀러 개발 '뚝심'


    국내 와인셀러 시장은 2000년 웰빙 바람을 타고 열렸다. 초기 시장은 고가 수입품 위주였다. 펠티어 반도체 기술이 핵심이었다. 저항 소재를 써서 한쪽 면은 뜨겁게, 반대쪽은 차갑게 만들어 냉기를 만들었다. 모터를 돌리지 않아 소음 진동은 적었지만 정확한 온도를 구현하고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외산이 장악했던 국내 시장은 2003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세하면서 각축장으로 변했다. 삼성전자는 2003년 3월 국내 처음으로 펠티어 소자 와인셀러(370만원)를 출시했다. 2004년 100만원대 저가 제품을 대중화를 노렸지만 몇년 안돼 사업을 접었다.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와인 열풍이 불었지만 막상 판매 실적은 좋지 않았다.

    LG전자는 2003년 7월 중국 LG 공장에서 만든 와인셀러를 내놨다. 펠티어가 아닌 냉장고 콤프레서를 응용했다. 이어 2004년 'LG 와인셀러' 3종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진동을 세계 최저 수준인 0.8갈(gal)로 낮춘 스테디 콤프레서를 자체 개발했다.

    초기 판매량은 연 1500대 남짓으로 삼성전자와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신제품 개발은 계속됐다. 2005년 LG 와인셀러는 '디오스 와인셀러'로 거듭났다. 당시 김쌍수 대표의 디오스 프미리엄 브랜드 확장 전략이었다. 심은하, 김희선, 송혜교, 고현정 등 최고 여자배우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제품 알리기에 나섰다.

    이윽고 2008년 국내 6000대 판매로 시장점유율 40%를 넘어서며 국내 기업 중 처음 1위에 올랐다. 고가 수입품과 저가 중국산으로 양분됐던 시장을 인터넷 판매 전략으로 파고든 성과였다.

    LG가 와인셀러를 개발한지 12년째인 올해 디오스 와인셀러는 10년 역사의 1세대 여정을 마치고 2세대로 거듭났다.

    ◆ 디오스 와인셀러 2세대를 만나다


    2세대 와인셀러(43병용 125만원)를 2개월 넘게 써봤다. 와인은 맛과 향 등 주관적 취향을 중시하는 농산품이다. 100만원이 넘는 와인셀러의 기본 임무는 그래서 애호가들이 애지중지하는 와인의 맛과 향을 간직하는 것이다.

    발효 음료인 와인은 하나의 생명체다. 숨을 쉬면서 숙성되고,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반응하면서 포도 본연의 맛과 향뿐 아니라 이질적인 부케(향)를 뿜어낸다. 제대로 오래 숙성된 빈티지 와인 가격이 더 높은 이유도 마셔보면 맛의 깊이나 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차이를 경험하기 위해 수십만~수백만원을 지불하는 이들이 와인 애호가다.

    먼저 와인 셀러의 치유 능력이 궁금했다. 기자가 저가에 구입한 프랑스 코트 뒤 론 빌라주급 와인 2병을 셀러에 넣었다. 이 와인들은 냉장 배송을 하지 않아 소위 팔팔 끓는 고생을 겪은 것들이다. 운송 콘테이너 내부 고온에 격렬한 진동에 시달려 폭삭 늙어버렸다. 코르크까지 와인이 번졌고, 맛은 앙상했다.

    와인셀러에 넣은지 한달이 지난 뒤 풀이 죽었던 와인 숨결은 어느 정도 살아났다. 물론 고생한 티는 여전히 남았지만 싱싱했던 시절의 향취와 복잡미, 미약하나마 숙성 포텐셜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보관한 독일 라인가우와 이탈리아 피에몬테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 '와인 셀러가 제값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원래 미네랄과 복잡미가 좋기로 유명한 와인들이라 보관상태와 온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농밀한 보디감에 산도, 그리고 특유의 유질감과 화하게 올라오는 페트롤륨 계열의 부케가 잘 살아있었다. 마치 고급 와인바에서 소믈리에가 관리한 와인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두 달 넘게 써본 결론은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집안에서 묵묵히 내 소중한 와인을 지키고 있는 전용 동굴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보관할 수 있는 병 개수가 기대보자 적다는 점은 아쉬웠다. 43병짜리지만 기자가 실제 써보니 25병 정도가 딱 알맞았다. 와인 병은 크게 보르도형, 부르고뉴형, 독일형, 하프형, 매그넘형 등 크기가 제각각이다. 선반을 모두 뺀 뒤 쌓아두기만 하면 43병도 가능하지만 원하는 와인을 넣고 빼기는 어려워진다.

    ◆ 스마트해진 인버터 콤프레서


    2세대는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콤프레서가 진화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1세대 마지막 제품은 여전히 스테디 콤프레서를 썼다. 올해 나온 2세대의 심장은 스마트 인버터 컴프레서다.

    1세대 역시 콤프레서 회전으로 냉매를 돌리는 최대 힘을 뽑아냈지만 미세한 소음과 진동까지 더 잡아내지는 못했다.

    스마트 인버터 콤프레서는 LG전자 냉매 기술력의 자랑이다. 2세대는 와인셀러 내부의 온도에 따라 최적의 운전을 한다. 제품 안팎의 다양한 센서로 작동 시간대와 문을 여닫는 횟수까지 따로 계산해 최적의 냉기를 유지한다. 전력소모뿐만 아니라 소음도 5데시벨(dB(A))을 더 줄였다. 도서관보다도 소음이 낮은 정도로 실제 방안에 놓고 써보면 와인셀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궁금할 정도로 소리가 적었다.

    습도도 최대한 머금도록 설계됐다. 와인 특성상 일반 냉장고보다도 습도 유지가 더 관건이기 때문이다.

    ◆ LG의 유별난 와인 사랑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와인셀러를 개발한 대기업은 LG전자뿐이다. 와인셀러는 효자 제품이 아니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서다.

    그러나 "'디오스 와인셀러는 믿을 수 있다'는 애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해 신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고 생산 개발 및 기획 담당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LG의 콤프레서 기술 메카인 창원 공장에서 전량 생산할 만큼 완성도도 꼼꼼하게 따진다.

    LG의 유별난 와인사랑은 2007년 LG상사가 100% 투자로 와인유통전문회사 '트윈와인'을 설립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비록 2012년 문을 닫기는 했지만 와인 열풍을 예감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직접 지시로 세운 회사였다. 구본무 LG 회장뿐 아니라 구 부회장은 재계에 널리 알려진 와인 애호가들이다.

    LG의 곤지암리조트 내 레스토랑 라그로타는 10만병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동굴 저장소로 유명하다. 2013년 세계적 와인전문지인 와인스펙테이터 '2글라스'를 받을만큼 전세계의 다양한 최고급 와인을 최상의 상태로 보유한 레스토랑이다.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 최초였다.

    현재 중장년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LG의 폴더형 스마트폰의 이름도 '와인 스마트'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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