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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업계 "실적개선 일시적, 추운 겨울 곧 온다"…'군살빼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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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1분기 영업익 호전됐지만 공급과잉 계속
SK이노, 非핵심자산 팔고 특별퇴직 실시
OCI, 子회사 매각…대성산업, 보유토지 처분



[ 송종현 기자 ]
에너지업계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고 특별퇴직을 실시하는 등 ‘때아닌’ 군살빼기에 한창이다. 에너지업계는 최근 수년간 유가 하락, 공급 과잉 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지만 올 들어 실적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실적 개선 추세는 일시적인 것이며, 조만간 추운 겨울이 다시 온다”는 위기의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순조로운 자산 매각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서만 2900억원 규모의 비핵심자산을 팔았다. 페루의 천연가스 수송법인 TgP 보유 지분 11.19%를 2억5100만달러(약 2800억원)에 지난 3일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도 보유 토지를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두 회사가 팔려는 토지의 최소 입찰금액은 각각 200억원과 208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지난달부터 진행한 특별퇴직도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전체 직원의 약 5%인 300여명이 이번 특별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자회사인 OCI머티리얼즈 지분 전량(지분율 49.1%)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하고 실사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OCI는 8월까지 매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성산업은 용인 남곡에 있는 보유 토지와 경남 거제백화점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2만2687㎡ 규모의 경기 용인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체비지를 967억원에 부동산 시행사인 피데스피엠씨에 매각했다.

에너지업계의 군살빼기는 대체로 순항 중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최근 진행한 SK루브리컨츠 매각 협상은 일단 결렬됐다. 그러나 결렬 후 다른 여러 투자은행(IB)이 SK이노베이션 측에 인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OCI머티리얼즈는 글로벌 경쟁 업체인 미국 에어프로덕트와 일본 간토덴카가 벌써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OCI의 OCI머티리얼즈 보유 지분 가격은 6732억원이다.

◆전략·재무통 CEO들이 구조조정 주도

에너지업계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업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2312억원)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 32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실적 개선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 塑?따뜻해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 추세,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원유 공급 확대 요인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에너지업계는 아직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저금리로 인한 IB들의 인수 여력 확대, 부동산시장 활황 등으로 자산 매각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요인 중 하나다. 양창무 대성산업 인사총무이사는 “올 들어 부동산시장이 매도자 우위로 바뀌면서 매각 추진 자산에 대한 원매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에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를 장부가 이하로 팔았던 아픔이 있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전략·재무통 인사여서 구조조정에 더 적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사장은 SK 경영기획실 부장, SK 경제경영연구소 경영연구실장 등을 거친 그룹 내 전략통이다.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과 김영대 대성 회장의 서울대 동창인 정광우 대성산업 사장은 조직 내 핵심 재무통이다. 이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출신으로,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IB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정 사장은 옛 제일은행에서 26년을 근무하며 국제금융부장, 영업추진본부장 등을 거쳤다. 업계 관계자는 “나쁘지 않은 시기에도 군살빼기를 과감하게 추진하려면 재무 IQ가 높은 CEO의 존재가 필수”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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