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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야구로 흥행 홈런…히어로즈의 '영웅본색'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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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주)서울히어로즈

스포츠 경영 꽃 피우다
창단 후 스폰서 없어 재정난 심각…간판 선수들 팔며 '절치부심'
지난해 매출 311억…인기 구단으로

MLB도 히어로즈 경영에 반했다
레드삭스 "워크숍 함께하자" 제안…강정호 이적 글로벌 네트워킹 결실
선수·팀 운영에 철저한 데이터 경영…공격야구 '팀 컬러' 입혀 혁신 또 혁신



[ 유정우 기자 ]
“감(感)으로 야구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선수든 팀 운영이든 데이터에 기준해야 합니다. 구단 경영도 마찬가지죠. 무엇을 버려 무엇을 얻을지 치밀한 전략 수립과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 회의실. ‘히어로즈&레드삭스 역량 강화 워크숍’에 참석한 앨러드 배어드 보스턴 레드삭스 부사장(53)은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 경영을 화두로 꺼냈다. 조태룡 단장(51) 등 서울에서 날아온 4명의 ‘히어로즈맨’들은 효율적인 구단 경영을 주제로 배어드 부사장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12시간의 마라톤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데이터 경영을 통한 시스템 혁신’이었다. 조 단장은 “우린 매일, 매월, 매 분기 달라지고 있다”며 “한국형 스포츠전문회사의 성공 모델을 한 단계씩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히어로즈가 ‘시스템 야구’를 앞세워 제2의 도약에 나섰다. 스마트 경영 정착과 창단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그 목표다. 서울히어로즈는 넥센히어로즈(1군), 화성히어로즈(2군) 등 2개의 야구단을 운영하는 스포츠경영 전문회사다. 넥센히어로즈는 창단 7년 만인 지난해 처음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돌풍을 일으켰다.

‘미운 오리새끼’가 ‘영웅’으로

히어로즈&레드삭스 역량강화 워크숍은 2013년 서울히어로즈와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이 맺은 전략적 제휴의 한 갈래다. 흥미로운 것은 양사 제휴가 선진 스포츠경영의 상징인 보스턴 레드삭스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는 점이다. 아시아 최초 제휴 파트너 구단으로 일본 팀을 검토하던 보스턴 측이 히어로즈의 진취적 경영 마인드를 높게 평가한 덕분이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기업가치가 21억달러(약 23조47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포브스)받고 있는 세계적인 야구 구단이자 스포츠경영 전문회사다.

지난해 성사된 강정호의 이적은 글로벌 네트워킹이 가져다준 대표적 결실이다. 미국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이적한 그는 연봉 1100만달러(약 123억원)와 별도로 자신을 키워준 친정 팀에 약 54억원의 이적료를 선물했다.

서울히어로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311억원.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 매출 성장을 이어오며 외형과 내실을 차근차근 다져온 결과다. 입장료 수입이 크게 늘어난 건 의미가 상당하다. 구단의 가장 큰 자산인 팀 인기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목동구장에는 44만2941명의 관중이 방문해 약 54억4000만원의 입장료 수익을 올렸다. 관중 1인당 평균수익 1만2300원으로 전체 구단 평균(9490원)보다 30% 이상 높다. 한때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구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빼어난 성적표다.

뼛속까지 비즈니스 마인드

시작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08년 3월 현대유니콘스에서 팀 이름과 연고지를 바꾸고 재창단한 서울히어로즈는 창단 직후 메인 스폰서였던 우리담배가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금을 지급하지 못해 후원을 철회하면서 아픔을 겪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자 장원삼, 이택근, 황재균 같은 팀 주력 선수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팬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선수들까지 ‘먹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뼛속까지 비즈니스 마인드로 바꿔야한다는 각오를 다지자 돌파구가 보였다. 2010년 넥센타이어에 구단 명칭을 파는 국내 첫 ‘팀 네이밍 라이트’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팀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혁신의 필요성을 그만큼 절감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발족한 전략&국제팀은 히어로즈의 제2도약을 주도할 세계화의 핵이다. 선진 시장을 분석하는 한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선수 평가 방향도 제시한다. 강력한 마케팅 인적자원도 강점이다. 히어로즈의 마케팅실 직원은 20명이 넘는다. 다른 구단과 비교해 3배쯤 큰 규모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마케팅본부 직원들은 상대방이 얻을 투자 효과를 최우선으로 삼는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광고주를 설득한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혁신의 한 단면

히어로즈 선수단의 매력 중 하나가 시스템 야구를 한다는 것. 다른 구단과 달리 대표가 선수 선발과 육성, 이적 등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경영자가 선수 선발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감독과 코치, 스카우터 등은 대표 직속기구인 스카우터팀과 육성팀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회의가 소집되면 모든 결정은 경기 기록을 기반으로 완성된다. 이는 구단 운영 전반에 걸쳐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치는 히어로즈의 팀 컬러도 야구전문 기업 히어로즈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한 요인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팀의 매력도가 입장수입 증가와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프로 스포츠 상품의 경우 팀 고유 컬러가 팀 경영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넥센이 강정호라는 거물을 미국으로 보내고도 전혀 공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홈런과 타율, 타점 등 여러 부문에서 팀 전체가 고르게 화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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