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씽
제러미 웹 외 지음 / 정명진 옮김 / 부글 / 288쪽 / 1만5900원
[ 김보영 기자 ]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수학이 태동한 역사는 5000여년 전이지만 0의 개념이 존재한 것은 길게 잡아도 그 기간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뇌가 집중하지 않을 때 활발히 움직이는 부위인 디폴트 네트워크는 2000년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이처럼 인류사에서 ‘무(無)’가 주목받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일단 발견되기만 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었다. 수학적 개념의 0, 절대영도, 진공, 플라세보 효과 등 ‘없음’은 인류 과학을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낫씽》은 각 분야의 ‘무’에 관한 역사를 탐구하는 책이다. 비(非)존재는 때로 존재보다 강력하다. 위약 효과를 일컫는 플라세보 효과는 이따금 진짜 약보다 강력한 효능을 발휘한다. 1970년대 간암 말기로 1개월밖에 더 못 산다는 진단을 받은 샘 슈만은 정확히 한 달 후 세상을 떠났지만, 부검 결과 오진이었음이 드러났다. 종양은 다른 신체기관으로 전이되지도 않았다. 암이 아니라 암으로 죽어간다는 믿음 때문에 죽은 것이다.
공(空)은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닐 수 있다. 인간이 집중하지 않을 때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디폴트 네트워크는 자전적 기억과 주관적 평가, 미래 예측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상하고, 앞날을 설계하는 행위가 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편안하기만 한 일일까. 1966년 우주비행사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다섯 명의 학생은 20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운 채로 지내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실험이 끝난 뒤 연구자들은 다섯 학생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음을 발견했다. 이 실험 뒤에 의사들은 침대에만 누워 있는 처방이 심장병 환자들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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