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중범죄로 다뤄 최고 20년형 처할 수 있어
한국, 벌금형이 징역형 2배…솜방망이 처벌에 범죄 안 줄어
특별법 국회에서 계류 중
[ 류시훈 기자 ]
미국 뉴욕에서 뉴저지주(州)의 주도인 트렌턴으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Insurance Fraud in NJ=PRISON’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인 광고판(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뉴저지에서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감옥에 간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금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보험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대처 방식은 훨씬 강력하다. 보험사기범을 일반 사기죄로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40여개 주 검찰청에 보험사기 전담수사조직을 갖춰놓고 보험사기범을 1급 중범죄로 기소하기도 한다.
○보험사기는 중범죄…美 최고 20년형
뉴저지주 검찰청 보험사기조사국에서 만난 로널드 칠레미 국장(차장검사)은 “보험사기와의 전쟁은 잠재적인 범죄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최근 들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미 국장은 “보험사기로 인해 뉴저지에 거주하는 보험 가입자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1300달러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한다”며 “보험사기는 다수의 선량한 계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중범죄”라고 말했다. 1300달러는 보수적인 추정치이며 그 부담이 5000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저지주 보험사기조사국은 2012년부터 추진한 자체 개혁을 통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전까지 보험사기범을 최장 징역 20년에 처할 수 있는 1급 중범죄로 기소한 적이 없었지만, 지난 3년 동안에만 1급 중범죄로 세 명을 법정에 세웠다. 최근엔 환자를 보내달라고 의사들에게 뇌물을 준 자기공명영상(MRI)서비스 회사의 경영진과 의사 등 27명을 검거해 일괄 기소했다.
○보험료 인상 부르는 보험사기
미국이 연간 약 800억달러로 추정되는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반은 잘 정비된 법과 제도다. 48개주에 보험사기와 관련한 특별법이 마련돼 있다. 입법엔 미국보험사기방지협회(CAIF)가 큰 역할을 했다. CAIF는 보험 소비자, 규제당국, 보험사 대표 등 1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적 협의체로 보험사기 예방과 교육, 입법 제안, 보험사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의 활동을 벌인다.
미국에서 보험사기 방지 입법이 가장 활발했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전후다. 하워드 골드블라트 CAIF 대관담당은 “주택융자금과 차량 구매대금을 갚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주택과 차에 불을 지른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보험료가 크게 오르자 정치인들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이 함께 보험사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낮은 처벌 수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 비율이 2012년 기준 51.1%로 일반 사기범의 벌금형 선고 비율보다 2배가량 높은 반면 징역형 선고 비율은 22.6%로 일반 사기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보험사기 급증은 보험사 경영을 악화시키고 결국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보험사기를 별도 범죄로 구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트렌턴·볼티모어=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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