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흥국의 주식 펀드에서 무려 93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외신 보도다. 2008년 이후 최대규모라고 한다. 이 중 중국이 71억달러로 76%를 차지한다. 터키나 멕시코에선 벌써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장기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머징 마켓의 급작스런 변동이다. 미국의 9월 금리인상설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경제도 조정국면으로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판짜기’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마당이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이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신흥국들은 미국의 비전통적 양적 완화 정책으로 혜택을 많이 누려왔다. 양적 완화로 풀린 무려 4조5000억달러의 자금이 미국에 머물지 않고 신흥국들을 돌아다니며 자산가격을 올려놨다. 이 같은 풍요의 시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건 신흥국으로선 뼈아픈 일이다.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금 유입 감소액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8%나 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외화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각국의 환율도 크게 불안해질 것이 명확하다.
더구나 신흥국의 주요 젖줄인 무역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17개 주요 신흥국들이 올해 1분기 세계 무역규모를 0.9% 줄게 했다는 보고도 있다. 유가와 원자재가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의 경제적 타격은 특히 심각하다. 브라질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국가부채도 많지 않아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번 외화 유출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갈 만큼 변동성도 큰 시장이다. 미국이 1년간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올리면 국내 증시에서 3년에 걸쳐 최대 440억달러의 투자금이 순유출될 것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도 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또 한 차례 변화할 조짐이다. 변화에 맞서 경제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돌파력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개혁을 진척시키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