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 ] ‘월가의 황제’와 ‘월가의 저격수’가 금융규제 법안을 놓고 날 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두 주인공은 월가 최대 금융회사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왼쪽)과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이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열린 한 경영자 모임에서 “나는 그녀(워런 의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워싱턴 정치권의 이데올로기적 결정에 피해를 입을까 우려한다”며 “만약 워런 의원이 원한다면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다이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월가 대형 금융회사에 불리한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워런 의원에게 불편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멤버인 워런 의원은 2009년 도입한 금융규제법(일명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회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은행 경영자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지지 ?2위를 달리고 있다.
워런 의원은 그동안 강연과 저서에서 다이먼 회장을 비판해 왔다. 지난 4월 한 강연에선 “금융계 인사들은 보통 ‘클럽에 가입해 있지 않으면 클럽에 대해 알기 힘들다’는 식으로 말하는 데 클럽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청량음료를 마실 줄 모르는 건 아니다”며 다이먼 회장을 겨냥했다. 다이먼 회장이 클럽얘기를 꺼내며 워런 의원이 금융계 밖에 있어 상황을 잘 모른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다이먼을 면박한 것이다. 워런 의원은 또 저서에서 “다이먼은 금융규제 강화에 대한 나의 소신을 듣고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웃으며 ‘그렇다면 한번 때려 보시라. 우리는 그 정도 벌금은 낼 정도가 된다’고 비꼬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날의 대화 이후 두 사람이 회복하기 힘든 관계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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