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과학교육 혁신
고교 선택과목 100개…科技 경쟁력 흔들
최경희 총장 "교육수요자는 학생 아닌 기업"
[ 강현우 기자 ]
과학교육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꾸려면 고등학생이 대학 과목을 미리 듣는 ‘대학 학점 선이수제(AP)’와 ‘온라인 공개강좌(MOOC)’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부터 문·이과 교육과정이 통합되면 과학기술 기초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만큼 보완책으로 더 깊고 넓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5’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나친 학습량 감소 정책이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억제가 목표돼선 안돼”
김 전 장관은 “한국처럼 학습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오던 일본이 2007년부터 수업시간을 10% 늘리고 토요일 수업을 부활하는 등 ‘교육재생’으로 전환한 점을 참고할 만하다”며 “한국은 2009년 학습량을 20% 줄이고 선택과목을 100개로 늘리는 등 학습량 감소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 행정의 목표는 좋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지 사교육을 막는 데 두면 안 된다”며 “AP가 사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 아래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과학 교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P는 고등학생이 수학·물리 등 과목의 대학 수준 심화과정을 미리 배우는 제도로 미국·캐나다에서 활용 중이다. 이공계 전공을 희망하는 인재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 흥미를 끌어올리고 대학에선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또 MOOC가 대학의 개방과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MOOC는 단순한 인터넷 강의가 아니라 질의응답과 과제, 토론 등 쌍방향 학습을 온라인 환경에서 진행하는 정규 수업이다. 김 전 장관은 “MOOC를 통해 세계 명문 대학들이 강의를 개방하면서 국내 대학도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공대생 역량 심각하게 후퇴”
김 전 장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선 청중이 다양한 의견과 질문을 쏟아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지난 10년간 공대 졸업생의 역량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손 사장은 “대학에서 기초 ?MOOC를 통해 익히고 실제 수업에선 치열한 질문과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야 기업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면서 신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손 사장의 지시에 따라 2년 전부터 신입사원에게 미국 명문대의 물리학, 전자공학 등의 MOOC를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고 있다.
최 총장은 “교육의 수요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1970년대부터 교육과정 개편에 기업인이 참여해 교과서도 일부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장환 성결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학생들은 시험 잘 봐서 학점 올리는 게 장학금 수령과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시험 성적은 다소 떨어져도 다양한 질문을 하는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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