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안좋다는 '정크 푸드' 편견 깨
패스트푸드에 비해 倍이상 비싸도
줄서서 사먹을 정도로 인기 높아
[ 강창동 기자 ]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뚱뚱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햄버거’다. 이런 상황에서 햄버거가 ‘정크푸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건강한 음식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미국을 필두로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건강을 앞세운 새로운 이미지의 버거 기업들이 등장해 삽시간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웰빙 버거’를 앞세워 등장한 셰이크?과 인앤아웃버거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미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힐 정도다. 이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소비자들은 2~3시간씩 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햄버거에서도 ‘건강’을 찾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햄버거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웰빙 햄버거도 등장
국내에도 웰빙 콘셉트의 햄버거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100m 정도를 올라가다 보면 햄버거와 치킨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마미쿡’이라는 가게가 있다. 이곳은 식사시간만 되면 고객들이 붐빈다. 수제로 만든 웰빙 햄버거를 3000원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마미쿡에서는 프라이드치킨도 마리당 1만원에 판매한다. 182㎡(약 55평) 규모인 이 가게의 월 매출은 6000만원, 순이익은 2400만원을 올린다. 이곳을 운영하는 문해영 점장(37·여)은 “가격은 외국계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슷한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수제버거로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제는 햄버거도 패스트푸드가 아닌 수제가 먹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형 햄버거는 안에 들어가는 패티가 모두 공장에서 생산돼 냉동상태로 유통된다. 그래서 매장에서는 냉동 패티를 데워서 판매한다. 하지만 마미쿡은 모든 메뉴를 매장에서 수제로 만들어 판매한다. 냉동육이 아닌 천연 소고기 패티를 쓰고, 감자도 매장에서 직접 잘라서 튀기는 등 ‘신선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마미쿡이 수제 후레시 햄버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를 생산, 가공,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인기 메뉴인 ‘마미통살버거’도 손님이 주문하는 즉시 튀겨내기 때문에 맛이 뛰어나며 부드러운 육즙이 살아있다. 가격은 3200원이다. 유명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저렴하다.
◆수제 햄버거가 대세 굳힐 듯
햄버거는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한국에 알려진 뒤 1979년 10월, 서울 소공동에 롯데리아가 국내 프랜차이즈로는 처음 개점하면서 일반인에게 햄버거를 선보였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지난 30여년간 미국계 ‘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 세 곳이 주도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아워홈’이 출시한 ‘버거헌터’, 신세계푸드의 ‘자니로켓’, CJ푸드빌의 ‘빕스버거’, 매일유업의 ‘골든버거 리퍼블릭’, 홈플러스의 ‘메가버거’ 등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들이 시장에 잇따라 진입했다. 이들은 로드숍 위주로 운영하는 기존의 세 기업과 달리 계열사나 관계사가 운영하는 백화점·할인마트·대형쇼핑몰, 대형 빌딩 등의 직영 식당가나 푸드코트에 햄버거 매장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물론 제품 콘셉트는 수제버거다.
국내 햄버거시장의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시장의 강자들은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성장 페달을 야멸차게 밟고 있다. 그동안 수제 햄버거는 시중 가격이 8000~1만2000원대로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수제 햄버거가 시장에 연착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크라제버거’다. 맛과 품질은 좋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대중화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함께 갖춘 햄버거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마미쿡을 비롯해 ‘맘스터치’, ‘뉴욕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가격 문제가 해결되면 즉석 수제버거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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