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산정 과정이 영 미덥지 않다. 법정기한인 오는 29일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산정 지표를 개편하는 등 혼선이 많다. 가뜩이나 노동계는 올해 시급 5580원, 월급 116만6220원인 것을 내년엔 1만원, 209만원으로 올리자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판이다. 고용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노동 개혁은커녕 거꾸로 달릴 판이다.
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는 최저임금 비교 지표로 ‘임금 평균’도 함께 활용키로 했다. 지금까지 임금노동자의 한가운데인 중위 임금을 일관되게 비교 대상으로 삼아왔다. 통상 임금 평균은 이 중위 임금보다 높다. 결국 비교점이 올라가게 됐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려는 노동자위원들이 사측위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밀어붙이면서 추가 기준치로 채택된 것이다.
생산력의 뒷받침 없는 최저임금 인상이 곧 실업률 상승을 의미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원리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 70% 이상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과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설문결과도 나왔다. 신규 채용 철회·채용인원 감축(40.7%)과 기존 고용인원 축소(9.3%)가 불가피하다. 그런 중소기업이 절반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도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더 커져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직 위험이 더 높아진다. 생산성이 뒷받침 안되는 모든 임금인상은 거품일 뿐이다.
내년부터 정년 60 섰?시행을 앞두고 청년세대들의 취업난도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실질적인 청년실업률이 22%에 달해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을 청년고용 문제로 잡았다. 그런데도 노동 개혁은 계속 그 자리다. 임금피크제만 해도 양대 노총이 가로막는 바람에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감세, 구조개혁 등 아베노믹스로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6.7%로 완전고용에 근접했는데 한국의 대졸 취업률은 50%대다. 이 와중에 한국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8.2%로 두 배 이상이었다. 정규직 중심의 소수 노동 기득권층만 온갖 걸 다 누린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다락같은 최저임금도 다 소용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와 미숙련자만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