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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홍어와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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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맛을 처음 본 건 서른 무렵이었다. 톡 쏘는 맛이 어찌나 강한지 숨이 턱 막혔다. 콧속이 알싸한가 싶더니 입천장이 순식간에 헐었다. 막걸리가 아니었으면 내상이 더 심했을 것이다. 홍어 특유의 냄새는 체내의 요소(尿素) 성분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나오는 것이다. 짚이나 종이에 싸 항아리 속에 묵혔다가 먹는데, 이는 썩히는 게 아니라 삭히는 것이어서 발효미가 더하다.

홍어와 막걸리(탁주)가 잘 어울린다 해서 홍탁(洪濁), 홍어 김치 돼지편육 세 가지를 합쳐 먹는다 해서 삼합(三合)이라 한다. 기름진 돼지와 성질이 찬 홍어를 김치와 함께 먹고 몸을 덥히는 술까지 곁들이니 찰떡궁합이다. 홍어 내장과 보리순을 된장에 풀어 끊인 홍어애국도 속풀이 해장국으로 최고다.

홍어는 암놈이 더 크고 맛있다. 값도 훨씬 비싸서 암컷으로 속여 팔려고 수놈 생식기를 없애버리곤 한다. 생식기 두 개에 가시가 있어 이를 촘촘히 박고 교미하므로 ‘암수 한 몸’이 낚시에 걸릴 때도 많다. 뱃사람들은 가시가 조업에 방해되는 데다 잘못하면 손을 다치는 바람에 곧바로 떼어버린다. 그래서 여기저기 널린 것, ‘만만한 게 홍어×’이라는 속어가 생겼다.

홍어는 성장하기까지 5~10년이 걸린다. 일일이 낚시로 잡는다. 그래서 외국산이나 가오리보다 최고 15배나 비싸다. 가오리를 홍어로 속이는 악습은 오래됐다. 오죽하면 홍어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 오랫동안 단골 도매집에서 받은 ‘진상용’조차 가짜였다니, 할 말 다했다.

홍어와 가오리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홍어는 마름모꼴로 주둥이 쪽이 뾰족하고 가오리는 원형 또는 오각형으로 둥그스름하다. 홍어 꼬리는 굵고 짧으며 두 개의 가시 같은 지느러미가 솟아 있다. 가오리 꼬리는 상대적으로 가늘고 길며 지느러미가 없다. 홍어는 배와 등 색깔이 비슷하지만 가오리는 배가 흰색이다. 홍어 물렁뼈는 우동발처럼 굵고 가오리는 국수발처럼 가늘다. 홍어살 맛은 달고 부드럽지만 가오리살은 맛이 떨어지고 질기다.

홍어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흑산도 홍어’는 요즘도 귀하다.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대부분 수입 홍어나 가오리다. 하도 가짜가 많고 고발이 잦으니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나서 흑산도 홍어 감별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반나절이면 DNA 검사 결과가 나오므로 악덕 판매업자들이 원산지를 속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야 그럴 수 없으니 눈으로 감별하는 법쯤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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