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욱 선임기자) 항공기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항공 안전에 있어 ‘적당히’라는 단어는 존재해선 안됩니다. 제반 원칙과 절차,규정을 준수한다해도 사고를 예방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돌발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시간이나 사람 부족을 이유로 현실과 타협하다보면 결국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급속성장해오면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가 항공안전도 저하 문제입니다. 국내 민간항공기 사고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데다 항공안전감독관도 경쟁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이처럼 한국 항공안전 분야의 부끄러운 민낯이 4일 공군 주관으로 열린 ‘제12회 항공안전 심포지엄’에서 드러났습니다.
연세대학교 항공전략연구원의 조보근 연구교수는 이날 ‘국가 항공안전관리체계 발전방향’에서 국내 민간 항공사고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34건이 발생, 13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경량 및 초경량 항공기의 경우 2003년부터 2012년까지 49건의 사고가 터져 37명이 사망했고요.
운송용 항공기 사고율은 100만 출발당 5.1건으로 세계 평균(4.1건)보다 24% 정도 높습니다. 최근 5년간 민간 항공사의 사고가 23건에 달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2006년이후 6개 저비용항공사가 설립되면서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항공기 운항에 투입된 여파로 추정됩니다. 사고원인의 38%가 조종과실이고 21%는 부품결함 및 정비과실입니다.
한국 공군은 창군이래 최초로 지난해 무사고 원년을 기록했지만 미국 공군에는 아직 뒤집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사고율은 1.15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미 공군이 기록한 1.11보다 높습니다. 공군은 조종사가 사망하거나 전투기가 대파하는 ‘중사고’를 기준으로 사고율을 따집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운송용 항공사가 정부에 등록한 항공기 수도 2005년 174대에서 지난해 299대로 72% 늘어났습니다. 저비용항공사 소속 항공기는 2006년 5대에서 지난해 66대로 급증했고요. 한국의 항공기 증가율은 연 평균 4.2%로 세계 평균(3.1%)보다 높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고를 매년 15% 줄여나가 2017년에는 세계 최고의 안전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항공교통 증가로 항로와 공역의 혼잡도가 심화되는 것에 비해 항해안전시설 개선이나 감독인력 증원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어 실현이 쉽지않아 보입니다.
곽영필 국토교통부 운항안전과 사무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방적 항공안전감독 시스템’에서 항공기 10대당 운항은 1명, 감항은 2명의 항공안전감독관이 필요하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기준을 소개한뒤 캐나다와 프랑스의 충원율은 각각 기준의 197%, 165%인데 반해 싱가포르는 60%, 한국은 23%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는 2020년이 되면 운송용 항공기 등록대수가 383대에 이를 것이고 ICAO 기준상 115명의 감독관이 필요한데 과연 제대로 충원될 지 의문입니다. 지난해 현재 국토부 항공정책실 전문계약직 감독관 정원은 17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유인기에 이어 무인기 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강준 교통안전공단 박사에 따르면 대형운송항공기의 사고율은 0.01%, 일반항공기는 1%, F-16 전투기는 3%인데 비해 무인항공기 파이어니어의 사고율은 무려 334%, 헌터는 55%, 프레데터는 32%에 달합니다. 유인항공기보다 10~100배 높은 수치입니다.
국내에서도 2012년 인천 송도에서 오스트리아의 쉬벨 사가 제작한 Camcopter S-100 무인헬기가 통제차량에 추락, 폭발하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무인기기 이처럼 사고가 많은 것은 현재까지 개발된 광학시스템이나 레이더 등이 인간의 눈에도 필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박사는 “무인항공기 시대가 온만큼 비행체계 개선과 제도적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무인항공기 조종사 자격기준을 정비하고 무인항공기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체계도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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