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자 1364명으로 늘어
일부 환자, 감염된지 모른 채 지역 넘나들어
전국 544개교 휴업…격리시설 태부족
[ 고은이 / 임호범 / 하인식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 환자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뒤늦게 확진된 환자들이 자신이 메르스에 걸린 줄도 모른채 병원을 옮기거나 지역을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가족 병문안을 갔다가 나중에야 가족이 메르스 환자로 판명,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도 적지 않다.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 때문에 전국민이 메르스 불안감에 떨게된 것이다.
○높아진 전국 확산 우려
3일까지 국내에서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는 30명이다. 중동에 다녀온 첫 환자 A씨(68)가 지난달 입원했던 경기도 한 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25명 나왔다. A씨가 들른 또 다른 병원 두 곳(서울, 충남 소재)에서도 각각 한 명씩 메르스로 확진됐다. 모두 A씨의 이동 경로 안에서 환자가 나왔다.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진 건 지난 2일 ‘3차 전파’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다. 해당 경기도 병원에 있던 환자 한 명(40)이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 ?채 퇴원했다. 이후 발열 증상이 나타났고 지난달 25일 대전의 한 병원에 재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한 명(60)을 감염시켰다. 상태가 더 나빠진 40세 환자는 사흘 뒤 대전 지역의 더 큰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이 곳에서 각각 73세, 78세인 두명의 환자에게 추가로 바이러스를 옮겼다. 확진 환자 발생 지역이 경기 서울 충남에서 대전까지 확대된 것이다.
확진환자 25명이 발생한 경기도는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1040명을 격리했다. 해당 경기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오산 공군기지 소속 간부 한 명도 1차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를 문병했던 장병들을 포함해 90여명이 격리조치됐다. 3명의 추가 환자가 나온 대전도 109명을 격리한 채 모니터링 중이다. 보건당국은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대상으로도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늘어나는 의심환자
경기, 대전 외 지역에서도 산발적으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첫 환자 A씨가 입원한 경기도 병원을 다녀온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자유롭게 지역을 옮겨다닌 확진 환자도 있다. 이미 충북에서 의심환자 두명이 발생했고, 이날 음성판정이 나왔다. 부산에서도 3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해 격리 치료 중이다. 대구 경북 지역에도 의심환자가 있다.
보건당국이 수도권에서 확진된 환자들을 전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음압병 ?사정과 환자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메르스 환자들을 이동시키고 있다”며 “철저히 격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심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국에 있는 음압병상(공기가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특수 병상)을 다 합쳐도 그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국가지정격리병원이 아닌 곳까지 부탁해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런 병원들의 이름이 알려져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자칫 민간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를 안 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지자체 “외부 환자 못 받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메르스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겼다. 강원도는 도내 환자가 아닐 경우 격리병상을 내줄 수 없다는 의견을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혹시 모를 메르스 확산에 대비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병상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도에는 28개의 격리병상이 있다.
인천시도 더 이상 외부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인천 시민들을 먼저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송되는 환자들은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다른 지자체들도 다들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이/임호범/하인식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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