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러시아의 3대 석유생산업체인 가즈프롬네프트가 올들어 중국에 수출한 원유 전량를 모두 위안화로 결제했다는 소식입니다.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전한 이 뉴스는 옛소련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국제금융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세상은 돌고 또 도는 걸까요.
냉전시대 미국은 엣소련이 미국내 보유하고있던 달러 동결에 나섰고,이를 피해 달러를 역외로 유통시키는 수요가 커지면서 유로달러시장이 커집니다.이를 기회로 영국 런던은 유로달러 허브를 자처하게 되고 그 덕에 국제금융도시의 기틀을 다지게됐다는 설이 있습니다.역외 달러 허브 1호인 셈입니다.역외 달러허브의 부상에서 기회를 본 건 런던만이 아닙니다.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역외달러허브를 운용해 국제금융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되지요.
아시아에 신냉전이 형성되고 있다는 요즘입니다.미국의 이번 러시아 제재는 위안화 국제화를 돕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자 러시아는 이미 대외무역에서 달러 대신 유로화 또는 위안화나 루블화 등으로 결제하는 걸 확대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작년부터 중국과의 교역에서 위안화를 쓰겠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해왔지만 실제로 위안화 결제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러시아의 간판 원유생산업체가 중국으로 나가는 원유 수출 물량 전체를 위안화로 甦┎磯鳴?확인해준 겁니다. 이같은 행보는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역외위안화 허브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동부 노선 구축에 서명한 문건에도 필요한 설비 구입에 루블화나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독일거래소가 지난달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등과 손잡고 프랑크푸르트에 역외 위안화 금융상품거래소를 연내 유치키로 한 것 역시 역외위안화 허브 부상의 흐름에서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위상 강화라는 기회를 찾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중국 스스로도 역외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지난해에만 11개 지정할 만큼 역외위안화 허브 구축에 적극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11월께 특별인출권(SDR)통화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SDR 바스켓에위안화가 편입되면 국제통화로서 공식인정받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이미 60여개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비축통화로 활용하고 있지만 더 많은 중앙은행이 더 많은 비중으로 위안화를 비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러시아 가즈프롬네트프의 위안화 결제소식은 시장에서는 이미 위안화가 사실상 국제통화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국제표준에 공식표준이 있고,사실상 표준이 있는 것처럼 국제통화 역시 두가 형태가 병행되며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옛소련에 대한 미국의 제재라는 지정학적 충돌에서 역외달러허브의 기회를 잡은 런던과 싱가포르가 국제금융도시로 부상한 것처럼 미국의 러시아 제재라는 신 냉전에서 역외위안화허브를 기회로 삼아 국제금융도시로 떠오를 한국의 도시는 어디에 있나요./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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