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 간 남성 포함, 29일 하루 5명 추가 확진
"같은 병원 있었을 뿐인데…" 감염자 발생해 정부 '당혹'
3차 감염 땐 급격 확산 우려
[ 고은이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국내 전염 양상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정부 관리그룹 밖에서 예상치 못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하루에만 다섯 명의 환자가 추가 확인됐다. 격리 대상자도 현재 127명에서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중국으로 출국한 의심환자(44)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환자가 메르스로 확진됐다고 이날 밝혔다. 첫 번째 환자를 진료한 여성 간호사(46), 첫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남성 환자 한 명(56)과 각각 79세, 49세의 여성 환자 두 명 등이다. 특히 세 명의 환자는 한동안 정부의 관리그룹 밖에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세 명의 추가 확진자는 첫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었을 뿐 같은 병실은 아니었다”며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내 총 환자는 12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해야만 감염이 가능하다는 보건당국의 설명과 다르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0.6 수준으로 낮아 일반인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해왔다. 재생산지수가 0.6이라는 것은 환자 한 명당 보통 주변사람 0.6명을 전염시킨다는 뜻이다. 사스(SARS)의 재생산지수는 5, 에볼라는 2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자 한 명이 이미 11명에게 전염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 국내 메르스 재생산지수는 11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메르스는 한 명이 일곱 명에게 전염시킨 사우디아라비아 사례만이 보고돼 있다. 한 감염의학 전문가는 “국내 전파력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첫 환자의 바이러스 활동 시기가 왕성했을 때 여러 명에게 전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자 12명 중 대다수는 안정적인 상태지만 지난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71)는 상태가 악화돼 기관삽관을 통해 호흡 치료를 받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2차 감염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 3차 전파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보건당국의 빠른 격리가 중요한 게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이 환자는 정부의 관리 소홀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의료진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건당국은 격리 대상자 기준을 현행보다 확대해 지금까지 127명을 격리조치하고 추가 접촉자를 찾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격리 대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환자 입국이 확인되면서 중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인 메르스 환자는 홍콩으로 입국해 중국에 들어가 격리되기까지 약 37시간 동안 여러 곳을 누비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병 전문가는 “중국은 사스 확산 경험이 있어 감염병에 예민하다”며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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