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주식시장이 동상이몽(同床異夢)격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다음달 15일부터 가격제한폭(상·하한가)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러나서다. 코스피시장의 가격제한폭은 1998년 12월 ±12%에서 ±15%로 확대된 지 17년 만에, 코스닥시장은 2005년 3월 이후 10년 만에 변화다. 금융당국은 동적·정적 '2중 가격안정화장치'로 기업가치의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에 직·간접투자자들은 두 배로 늘어난 손실 가능성에 고민이 깊어졌다. [한경닷컴]은 상·하한가 30% 시대를 맞이해 4회에 걸쳐 대응책을 찾아나서본다. [편집자주]
"초보 개미에겐 무서운 전쟁터가 되겠군요"
"고수 개미만 살아남을 것 같아요"
"개미에서 거지가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증시 가격제한폭이 기존 ±15에서 ±30%로 확대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하한가 범위가 두 배 늘어난만큼 호재든 악재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는 빨라질 수 밖에 없지만 기 喚?개인 투자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이 비교적 쉬운 기관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개인 투자자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개인이 체감하는 위험도는 보다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직접 투자를 더욱 늘릴 수 있지만 상당수 개인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펀드 같은 간접투자상품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내달 15일부터 시행…거래 활성화될까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15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해 주식예탁증서(DR),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가격제한폭을 ±15%에서±30%로 확대 시행키로 결정했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코스피 시장의 경우 1998년(±12%에서±15%)이후 17년, 코스닥 시장은 2005년(±12%에서 ±15%) 이후 10년 만의 변화다.
거래소 측은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로 시장 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상한가 굳히기' 등의 시세조종이 어려워져 불공정거래행위가 줄어들고 기업가치에 기반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설명했다.
거래소는 다만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 확대와 개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가격안정화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정적변동성완화장치'와 '단계별 서킷브레이커'(거래일시정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래소의 안전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가 발표된 이후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주식 투자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앞으로는 주식 시장이 무서운 전쟁터가 될 것이다", "개미(개인)들끼리도 빈부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는 등의 걱정이 쏟아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기관이나 외국인 큰손 투자자에 비해 정보가 취약한 상황에서 이른바 '쪽박'을 찰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가격제한폭 확대로 이론적으로는 하루에 60%가 넘는(하한가에서 상한가 마감) 수익를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반토막이 날 수 있는 위험에도 노출된 것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경우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영향에 더 민감할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 차익을 얻는 방식.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로 변동성이 증가하면 투기적 수요(매수)가 동시에 증가한다"며 "기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된만큼 공매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투기적 수요를 무조건 공매도 물량과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수(롱)에 대한 투기적 수요 뿐 아니라 매도(숏)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또 한국에서는 笭컥?없는 상태에서 공매도가 금지돼 있고, 기관은 공매도 시 '업틱률'이 적용돼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만 공매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았다.
공 연구원은 다만 "가격제한폭 확대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 두가지 중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시장 효율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 보조장치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투자자 수요 변화 가능성…중소형 펀드 '주목'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투자자의 기대수익률과 위험도도 변하는만큼 개인 투자자의 수요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위험 선호형 투자자는 직접 투자 비중을 더욱 늘리는 반면 위험 회피형 투자자는 기존 테마와 개별주 위주 투자에서 우량 투자만을 선택하거나 간접 투자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김병규 한국투자신탁운용 IS본부 상무는 "가격제한폭 확대로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를 부추길 수도 있다"며 "올 들어 코스닥 등 중소형주가 많이 올랐는데 장이 과열될때는 언제나 직접 투자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장기적으로는 직접 투자의 부담이 커져 펀드로 간접 투자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주가연계 상품들이 주목받을 수 있고, 매도 종목을 찾기 어려웠던 롱숏펀드가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 연구원도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은 숙련된 기관 투자자에게는 미미하지만 개인들에겐 부담이 클 수 있다"며 "개인 투 愍渼?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고 우량주를 고르기 위한 비비용을 줄이기 위해 간접 투자 상품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소형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롱숏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이와 달리 개인 투자자가 제도 시행 초기부터 손실 위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진 않을 것이란 이유로 펀드로 옮겨타는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제도 시행 전이라서 개인 투자자 움직임을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가격제한폭 확대가 투자 심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순 있지만 단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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